[기자수첩]금융위가 회계사 선발인원을 줄여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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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위가 회계사 선발인원을 줄여야 하는 이유

올해 치러진 공인회계사시험은 14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시험에 응시하려면 대학에서 IT 과목을 최소 3학점 의무 이수해야 하고, 2차 시험 회계감사 과목 내 IT 출제 비중도 확대됐다. 회계사의 IT 기술 역량을 키우겠다는 개편의 핵심 방향이 정해진 건 2020년이었다.


그러나 4년 전 계획이 무색하게 세상은 훨씬 더 빠르게 변했다. 지금 회계사는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등 IT 역량을 넘어 인공지능(AI) 활용을 요구받고 있다. 제도가 사회·산업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이, 개편된 인력 선발기준도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구문(舊聞)이 돼 버렸다.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적합한 인재는 선발하지 못하고, 기존 저연차 회계사들은 AI에 떠밀리면서 지금 회계법인의 인력구조는 대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글로벌 펌과 연결된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이 본사로부터 저연차 위주 인원 감축을 압박받고 있는 게 이같은 현실을 대변한다.


여기에 더해 기업들이 불황에 회계감사 비용을 줄이면서 회계법인들은 일감 확보를 위해 '제 살 깎기' 경쟁을 벌인다. 컨설팅 수요가 급감하고, 대형 인수합병(M&A) 딜이 자취를 감추면서 '빅4(삼일·삼정·안진·한영)'마저 중소형딜을 두고 치열하게 다툰다. 그래서 회계사 신규선발 규모를 줄이는 것은 이제 일시적인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불가역적인 흐름이 된 것이다.


업계 현실을 고려하면 서둘러야 한다. 이미 신규선발 회계사(연 1200명) 중 200명 가량이 공인회계사법에 따른 수습기관 배정을 받지 못해 누적으로 600명 가량이 미취업자로 남아 있다. 빅4 등 회계법인들이 수요보다 많게 수습배정을 떠안는데도, 사정이 이렇다.

과잉인력은 결국 감사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수수료를 낮춰서라도 수주하려는 유인이 커지고, 이는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저연차 회계사들을 감사 현장에 투입해 비용을 절감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실제로 현재 빅4의 감사보수단가가 중견 회계법인보다 낮게 형성되는 배경에는 빅4에 저연차 회계사가 과도하게 많다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한다.


감사 품질을 높이려면 감사팀의 인력 구성을 고연차 숙련 회계사 중심으로 개편하고, 감사 투입 시간을 늘려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선발인원을 미래 업황에 맞춰 적정 수준으로 통제할 때 가능하다. 금융당국이 회계업계에 요구하는 감사 품질 강화는 선발인원 감축이라는 환경 속에서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주 내년도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 인원을 결정한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처럼 사회와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는 상황에서 회계 산업의 미래와 감사 품질을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당국은 매년 200명씩 발생하는 미지정 회계사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이제라도 회계사 수요 예측의 오류를 인정하고, 신규선발 인원 감축을 서둘러야 한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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