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민생 입법을 위해 합의했던 법안을 처리하고자 마련된 13일 본회의에서 부결 법안이 나온 것은 여의도 정치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결과다. 김은혜·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대안으로 상정된 '항공보안법'은 결국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본회의에 올랐던 법안들은 여야가 동의할, 이른바 비쟁점 법안이었다. 여야간 갈등이 있을 법들은 27일 본회의로 미룬 채 말 그대로 여야 합의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열린 본회의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본회의에 불출석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판하며 본회의장을 떠났다. 한쪽으로만 표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항공보안법은 예상을 뛰어넘는 반대(45표)와 기권(35표)로 부결됐다.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에는 다시 안건에 올릴 수 없게 됐다.
비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준비된 본회의에서 법안이 부결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전문성을 가진 소관 상임위원 등이 심사해 합의한 법안인 탓이다.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까지 무난히 통과한 법안이기에 본회의에서는 상임위 심사 결과를 존중해주는 게 보통이다.
부결된 이 법은 항공보안 관련 법안이다. 항공사 직원들이 내·외부 점검 시 대충 살펴보는 문제(객실승무원이 비행기 안에서 사진을 찍거나, 정비사가 한쪽 날개만 확인하는 등 주의를 다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고, 항공기 용역직원 등이 무단으로 보안구역에 침입하는 것을 막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토부 역시 이 법을 통해 보안점검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다고 했던 법안이다.
법안 통과에 앞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안을 언급하며 "반대해"를 외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본회의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반대와 기권표가 많았던 주차장법, 물류시설법, 부동산서비스법은 모두 국민의힘이 주도한 법안이었다. 어느 정당 소속 의원이 발의했는지에 따라 법안 찬반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입법권을 분풀이 대상으로 삼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29일, 착륙하던 비행기가 추락해 179명의 고귀한 목숨을 잃는 참극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항공보안 관련 법안을 위한 입법 노력이, 정쟁 속에서 좌초된 것은 못내 유감스럽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십자말풀이 풀고, 시사경제 마스터 도전!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