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14일 통상·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JFS)'를 공개했다. 조선·에너지·반도체·의약품 등 전략 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목재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며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명시했다. 다만 이번 합의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이 지난달 29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통상·안보 협상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합동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팩트시트에는 양국이 지난달 정상회의에서 밝힌 '한국 전략 무역 및 투자 합의'의 내용이 대부분 담겼다.
관세·통상 분야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고, 한국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1500억달러는 조선 분야 투자에 배정하고, 2000억달러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장기 투자한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여기에는 '조선, 에너지, 반도체, 제약, 전략광물,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로 규정해 투자 분야를 사실상 모든 분야로 열어놨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목재 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현재 25%에서 15%로 인하하고, 추가 관세 부과가 없다고 명시했다. 의약품에 대해서도 15% 관세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팩트시트를 두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우선 자동차와 목재 등 일부 품목의 상호 관세율이 25%에서 15%로 인하되면서, 관련 업종의 비용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국내 자동차·목재 기업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고, 관세 리스크가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 반대로 미국산 목재·차량 부품 등을 들여오는 국내 업체들 역시 조달 비용이 낮아져 양국 간 교역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발표로 그동안 합의가 지연되면서 산업계가 겪었던 불안정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자동차, 목재 파생상품 등 상호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타격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위원은 특히 양국 간 조선업 등 미국 현지 투자안이 확정되면서 관련 산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미 해군 함정에 한국 조선업체의 참여를 허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당장은 현지에 시설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조선·기자재 산업에 간접 수주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상호관세가 검토만 돼왔을 뿐 아직 적용된 적이 없다는 측면에서 없었던 관세가 생겨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관세가 0%에서 15%가 되는 건데 국내 업계에선 이전 상황보다 유리할 게 없다"며 "자유무역협정(FTA) 때보다는 수출 환경이 나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역시 "당초 한국이 예상했던 투자 부담이 175억달러 규모였는데 합의 과정에서 2000억달러가 됐다"며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본게임에서 협상을 잘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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