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로 몸살을 앓다가 갑자기 전입 인구가 폭증하고 있는 곳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전입할 경우 월 15만원씩 받을 수 있는 지역들이다. 당장 인구 유입 효과는 뚜렷하지만 위장전입 관리와 재정 부담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농어촌기본소득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인구 줄어들던 지역에 ‘우르르’ 전입
14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경남 남해의 지난달 전입 인구는 629명으로, 전월 전입 인구(272명)와 비교해 2배 이상(131%) 증가했다.
이는 남해에서 200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남해에서는 올해 1~8월 매달 인구가 20~130명씩 순감했다. 하지만 9월과 10월까지 두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며 반등한 것이다.
전북 순창의 지난달 전입 인구는 480명으로, 300명 넘게 순증하며 월평균 9명씩 순감해오던 추세를 뒤집었다. 증가한 인구는 순창 전체 인구(2만7000명)의 1% 정도 수준이다.
전남 신안에서도 지난달 인구가 1020명 순증하며 5년여 만에 인구 4만명을 회복했다.
이들 지역 인구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은 내년부터 매달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 연천·강원 정선·충남 청양·전북 순창·전남 신안·경북 영양·경남 남해 등 전국 7개 지역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대상지로 선정했다. 이들 지역 주민은 내년 1월부터 2년간 나이와 관계없이 월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받는다.
◆인구 유입 효과 확실하지만
정부가 지난달 사업을 발표하자마자 즉각 인구 증가 효과가 나타나면서 해당 지역들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기본소득이 청년층이나 귀농·귀촌 희망자 등 다른 지역의 인구를 끌어들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인구가 줄어 소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한숨을 돌린 데다, 향후 지역 내수 경기 활성화 등의 효과도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당장의 지원금만을 보고 옮겨온 사람들은 지원금이 끊길 경우 다시 떠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거주지를 옮기지 않은 채 위장전입한 인구도 가려내야 한다. 정부는 주민등록상 전입 30일 이상 거주자를 지급 대상으로 규정했지만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들도 기본소득만으로는 인구 유입이 지속되기 어렵고 실질적 생활 기반을 포함한 구조적 변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남해군은 시범사업 2년 동안 주거·의료·교육을 포괄하는 정주 여건 강화 정책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순창군은 주거·일자리 연계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재정 부담에 사업 지속 가능할까
이미 시범사업 단계부터 제기되는 막대한 재정 부담은 사업의 지속 내지 확대를 결정지을 주요 과제다.
사업 전체 예산의 일부를 부담해야하는 지역 7개 군 대부분의 재정자립도가 20%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 대상 지역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곳은 청양(21.6%)이고 이어 정선(19.2%), 연천(18.5%), 영양(15.4%), 남해(17.6%), 순창(15.0%), 신안(8.2%) 순이다.
7개 시범사업 군수들은 지난 7일 국회를 방문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어기구 위원장을 면담하고, 국비 부담 비율을 80%로 높여줄 것을 공동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국가 재정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회 농해수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을 당초 1703억원에서 2배 이상 증액한 3410억원으로 늘려 의결했다. 중앙정부 재원 부담 비율을 기존 40%에서 50%로 늘리고 기초단체는 20%로 줄인 것이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