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현지시간 오후 4시 중국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딸 주애(붉은 원), 조용원·김덕훈 당 비서, 최선희 외무상 등이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5일 외교가에 따르면 주애는 김정일·김정은 시절 후계 구도를 구축했던 것과 다르게 후계자로 부각되어가는 모습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와 그 자녀가 함께 중국을 찾는 것이 이른바 ‘후계자 신고식’이란 통념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김 위원장의 경우 2009년부터 후계자 내정설이 흘러나오다가 2010년 공식 직책을 받으며 후계자로 확정됐다. 다음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국제사회에 얼굴을 알렸다.
김정일 위원장은 1974년쯤 후계자로 내정됐지만 1980년 노동당 대회를 통해 최종 후계자로 확정됐다. 이후 군·당·내각 주요 조직을 장악하며 지지 기반을 만든 뒤 1983년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을 만나며 후계자로서 신고식을 했다.
이를 보면 북한은 내부적 정통성을 확보한 다음 대외 공개를 하는 순서로 후계자를 양성했다. 주애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김 위원장의 중국 출장에 파격적으로 등장한 셈이다. 북한 내부에서 주애의 후계자 확정 관련 언급이 없었다는 점,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가 김 위원장의 다자무대 데뷔로 중요성을 띠는 것은 물론 북·중·러 정상에 주목이 집중돼야 한다는 점 등에서 주애의 동행은 가능성이 낮다고 점쳐졌지만, 이 예상을 깨고 주애가 나타난 것이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 등 방중 일정을 마치고 베이징역을 떠났다고 5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환송인사들을 향해 인사하는 모습. 조선중앙TV·뉴시스 주애가 후계자로 확정된 것이라면 앞선 사례들과는 다르게 후계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확정된 것은 26세, 김정일 위원장은 39세였다는 점에서 12세(추정)에 불과한 주애의 어린 나이가 일단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관측된다. 보수적인 북한 사회와 엘리트 집단이 여성 지도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주애를 국제사회에 먼저 내보내고 내부적 후계 구도 확정을 하는 수순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해외에서 인정을 받는 인물로 포장한 뒤 여러 불확실성이나 위험 요소를 줄여간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번 중국 일정에서 주애가 도착했을 때를 빼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계 구도 관련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계자로서 눈도장을 찍기보다는 견문을 넓히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