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에게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합의한 대미 투자로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 국내 투자 확대와 지방의 산업 활성화를 당부했다. 이에 총수들은 고용과 연구개발(R&D) 확대 등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 모두발언에서 "이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자주 말씀드리는 것처럼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게 없고, 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첨병은 기업"이라며 "기업들이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힘 있게 전 세계를 상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정부의 주요 역할이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최소한 이 정부에서는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걱정되는 측면들이 있다"며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을 하는데, 그 걱정들은 없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 주실 걸로 믿는다"고 주문했다. 또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서 의사 결정을 하겠지만 비슷한 조건이라면 가급적이면 국내 투자에 지금보다는 좀 더 마음을 써달라"며 "특히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지방의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도록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7명이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은 "관세 협상 타결로 저희 기업들이 크게 안도하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님 정말 노고가 많으셨다.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이제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저희 기업들은 후속 작업에도 차질이 없도록 정부와 적극 협조하겠다"며 "국내 산업 투자가 축소될 걱정을 하셨는데, 일부에서는 우려가 있겠지만 그런 일이 없도록 저희 삼성은 국내 투자 확대, 또 청년의 좋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중소기업, 벤처기업과의 상생도 더더욱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상황이 어렵더라도, 지금 경제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은데, 지난 9월 약속드린 대로 향후 5년간 매년 6만명씩 국내에서 고용을 하겠다"며 "또 R&D도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 더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 지역 균형 발전을 말씀하셨는데, 저희가 짓는 AI 데이터 센터는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짓는 걸 원칙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원래 저희는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지만, 반도체 메모리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 등등으로 해서 투자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대충 추산컨대 용인 팹(공장)만으로도 600조원 정도의 투자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반도체 팹이 하나씩 일부 오픈할 때마다 저희가 2000명 이상씩 계속 추가로 고용이 늘고 있다"며 "그래서 팹 짓는 속도가 좀 더 빨라진다고 생각하면 2029년까지는 매년 1만4000명에서 2만명 사이까지의 고용 효과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향후 5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서 125조원, 연간 25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작년에 계획했던 2025년부터 2029년까지 116조원 대비해 8조2000억원이 증가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로 국내 R&D 투자, 그리고 기존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 지속 강화에 39조원,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소 에너지 등 미래 신사업 역량 확보에 50조원, 시설·설비 등 미래 제조 생산 환경 변화 대비에 36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라며 "특히 이번에 국내 투자의 핵심은 국내 AI, 로봇 산업 육성, 그리고 그린 에너지 생태계 발전이고, 이를 통해 미래 기술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은 "저희는 향후 5년간 예정된 100조원의 국내 투자 중에서 60%를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기술 개발과 확장에 투입해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과 함께 경쟁력을 높이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영역에서 쌓아 온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해 가고 있는데, 저희뿐만 아니라 협력사의 역량이 함께 올라가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협력업체의 설비 자동화 AI 적용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생산성을 올린 사례도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더욱 확산해 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정해훈 기자 ewigjung@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