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질수록 따뜻한 여행지가 그리워진다. 연말을 장식할 겨울휴가를 계획한다면 태국 방콕을 리스트에 올려보자. 저렴한 맛에 휴양할 것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솔직히 말해 방콕은 더 이상 가성비 여행지가 아니다. 핵심은 가심비다. 미식·럭셔리 스테이·스파 면에서 누리는 경험의 질은 한국보다 접근성이 훨씬 좋다. 방콕은 아이코닉한 매력으로 N차 방문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는 도시다. 여유롭고 자유로운 로컬 분위기 속 왕궁과 사원,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하이엔드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특히 이곳은 ‘럭셔리 호텔의 격전지’로 호캉스 성지다. 11월부터 3월까지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기인 만큼, 방콕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지금 가장 ‘핫한’ 방콕 루트를 소개한다.
◆방콕 처음이라면 ‘아난타라 리버사이드 방콕’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다. 방콕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아난타라 리버사이드 방콕을 찾는 게 유리하다. 리조트 전경. 방콕을 처음 찾는 여행자라면 태국에서 가장 큰 강인 차오프라야 강변에서 도시를 경험하자. 방콕은 강을 중심으로 발전한 도시다. 차오프라야 강의 길이만 1200㎞다. 주변으로 왕궁·주요 사원·야시장·대표 호텔들이 밀집해 있어 도시의 원형을 한눈에 체감할 수 있다.
아난타라 리버사이드 방콕의 수영장.차오프라야 강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텔 중에서는 ‘아난타라 리버사이드 방콕 리조트’를 추천한다. 최근 첫 방콕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A씨는 “방콕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아난타라 리버사이드 방콕 리조트에 체크인하러 들어간 로비였다”고 회상했을 정도다.
아난타라 리버사이드 방콕 디럭스룸. 실제 아난타라 리버사이드 방콕은 첫인상 점수가 굉장히 높은 리조트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방콕의 고급 리조트구나’라는 느낌을 한번에 받을 수 있다. 코끼리 조형물, 전통의상 요소를 반영한 유니폼 등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방콕 여행이 처음인 사람 ▲가족 단위의 여행객 ▲부모님을 모시고 효도관광을 계획하는 자녀들이라면 더더욱 이곳을 선택지에 넣는 게 좋겠다. 리조트에 들어서자마자 물을 붓는 정화의식(rod nam dum hua)을 경험할 수 있다. 재스민 등 향기로운 꽃물을 손바닥에 조심스럽게 붓고 마음에서 우러난 덕담과 축복을 전하는 의식이다. 정통 태국식으로 환영을 받는 셈이다.
리조트는 방콕 시내에서 보기 드문 리조트형 구조로 4만4515㎡(약 1만3466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를 자랑한다. 녹지와 수영장, 스파, 레스토랑 등 시설이 넓게 구성돼 있어 도시 여행과 휴양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다.
마노라 호에서 바라본 왓아룬 야경. 여기에 호텔 전용 셔틀보트가 사톤 피어와 아이콘 시암을 무료로 오간다. 보트를 활용하면 방콕을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도 동선 고민 없이 시내로 이동할 수 있다. 방콕에서 꼭 들르는 왓아룬 사원, 타이 마사지의 시작점임 왓포 사원, 태국 왕궁 등 ‘필수 코스’와 접근성이 좋다. 아난타라 리버사이드 방콕을 찾았다면 꼭 ‘마노라 다이닝 크루즈’를 일정에 넣자. 차오프라야 강 위에서 태국 정통요리와 함께 방콕의 야경을 즐긴다. 리조트내 프라이빗 부두에서 웰컴드링크와 함께 여정이 시작돼 설렘을 더한다.
차오프라야 강의 디너크루즈는 워낙 인기가 많은 관광상품이다. 다만 마노라 다이닝 크루즈는 일반 유람선과 달리 셰프들이 준비한 10가지 태국 요리를 코스로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서양 관광객이 많다보니 향신료를 최대한 부드럽게 활용해 한국인에게도 부담이 덜하다.
마노라 호는 왓아룬 사원, 왓포 등을 지난다. 특히 방콕여행의 필수 ‘왓아룬에서의 인증샷’을 위해 배가 멈춰선다. 직원들이 알아서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니 태국여행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울 수 있다.
방콕의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고 싶은데 멀리 가는 게 귀찮다면 리조트와 이어진 아바니 방콕 리버사이드의 루프톱 바 ‘씬(SEEN)’이 정답이다. 차오프라야 강 일대의 야경을 파노라마 뷰로 내려다보며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 DJ가 오는 날이면 파티 분위기로 변한다. 씬은 젊은 ‘하이쏘(High Society)’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세련된 방콕 원해?… 더스탠더드 방콕 마하나콘
‘세련된 방콕’을 보고 싶다면 목적지를 총논시(Chong Nonsi)로 설정해보자. 총논시는 대조적인 매력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지역이다. 외국계 기업과 대사관 등이 몰린 오피스 생활권, 활기 넘치는 시장과 길거리 음식, 트렌디한 카페, 미술관 등이 어우러진 ‘방콕식 복합 지구’다.
더 스탠더드 방콕 마하나콘 외관 전경. 이곳의 랜드마크는 단연 ‘킹 파워 마하나콘’이다. 방콕의 하늘과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는 건축물로 78층, 314m 규모다. 독일 건축가 올레 스히렌의 설계로 중·상부를 따라 불규칙하게 절개된 외관이 특징이다. 마치 테트리스 게임판을 연상시킨다. 방콕 BTS 총논시역 3번 출구로 나와 육교와 에스컬레이터를 통하면 쉽게 갈 수 있다. 이곳에 ‘더 스탠더드 방콕 마하나콘’이 있다. 한국인에게는 거꾸로 달린 빨간 간판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방콕 스탠더드는 단순 숙박공간을 넘어 감각을 자극하는 복합적 경험을 선사한다. 디자인, 예술, 미식, 전망 등을 결합해 호텔 전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확장했다.
우선 시각. 모든 공간이 화려한 컬러로 가득하다. 초록, 노랑, 빨강 등은 기존 5성급 호텔에서 보기 힘든 컬러플레이다. 이는 스페인의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작품이다.
155개 객실이 아욘 특유의 손맛과 장난기 어린 디자인으로 채워졌다. 복도 카펫에 반복적으로 새겨진 드로잉이나 정면이 아닌 거울 방향으로 배치된 조각상처럼 공간 구성에 작은 장치를 더했다. 강렬한 원색과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면서도 전체 분위기를 정제된 럭셔리로 마무리하는 방식은 ‘아욘의 디자인 언어’를 잘 보여준다. 그야말로 ‘일반적이지 않음(Anything but standard)’이라는 브랜드 정신을 녹여놨다. 이곳은 최근 미슐랭 1키로 선정됐다.
로컬 라이프가 궁금하다면 아침 7시 로비로 향하자. 호텔 내 가이드와 함께 총논시 일대를 탐방하는 ‘모닝 로컬 투어’가 진행된다. 호텔 인근의 라라이 삽 시장, 실롬 소이 20 아침시장 등을 걸어다닌다. 신청자가 없어도 직원들끼리 아침거리나 간식을 먹으러 매일 찾는다고.
시장에서는 방콕 특유의 탁발도 경험할 수 있다. 승려들을 위한 메뉴를 아예 판매하는 노점도 많다. 승려는 공양해준 사람에게 덕담과 축복을 기원한다.
동선에는 힌두 사원인 ‘스리 마하 마리아만 사원’도 있다. 연애운을 높여준다고 해서 현지 힌두교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로컬투어는 약 1시간 정도 이뤄진다. 가장 일상적인 방콕을 마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강력 추천.
미식 역시 호텔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치다. 76층에 자리한 루프톱 레스토랑 ‘오호’는 방콕에서 가장 주목받는 파인다이닝 중 하나다. 멕시코 요리에 태국 재료와 향을 접목한 메뉴 구성이 특징. 멕시코 출신 셰프 프란시스코 파코 루아노가 이끌고 있다. 시그니처 메뉴는 ‘아구아칠레(Aguachile)’. 킹 파워 마하나콘 최고층에 자리한 레스토랑답게 실내·야외 좌석 모두 파노라마 전망을 확보하고 있어 낮이든 밤이든 로맨틱한 분위기를 기대할 수 있다.
두짓타니 방콕 수영장. 78층의 루프톱 바 ‘스카이 비치’는 방콕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 파노라마 전망 속에서 음악과 음료를 즐길 수 있다. 투숙객에게는 매일 객실 인원수만큼 무료 입장권이 1장씩 제공돼 별도 예약 없이 이용 가능하다. 1층에서 74층까지 50초 만에 도달하면 방콕 도심이 360도 시야로 펼쳐지는 경험이 이어진다.
이왕 마하나콘 전망대를 찾았다면 스카이워크도 경험하자. 부직포 신발 커버를 신고 314m 높이 공중의 유리바닥 위로 올라간다. 그야말로 방콕 시내를 발 아래에 두고 내려다볼 수 있다.
◆방콕 호캉스 터주대감, ‘두짓타니 방콕’
두짓타니 방콕 전경. ‘럭셔리 호캉스’를 고려한다면 ‘두짓타니 방콕’이 답이다. 이곳은 1970년 개관 후 50년 동안 방콕의 상징적 호텔이자 터주대감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9월 리뉴얼을 마쳤다.
두짓타니 방콕 수영장.
두짓타니 방콕 디럭스 모든 객실이 룸피니 공원 뷰다. 최소 50㎡ 규모의 넓은 구조와 금빛 마감의 대형 창은 룸피니 공원을 액자처럼 담아내도록 디자인됐다. 이곳은 방콕은 태국 최대 규모의 루프톱 공원 ‘두짓 아룬’과 연결돼 있다. 이를 통해 공원·문화시설·산책로가 이어지는 복합 라이프스타일 허브로 기능한다.
두짓타니 방콕에은 룸피니 공원을 통해 파빌리온 폭포로 갈 수 있다. 총 1만1200㎡ 면적의 두짓 아룬은 룸피니 공원과 직접 연결된다. 지상층의 두짓 고메를 통해 두싯피니 앰피시어터, 버드 네스트 뷰포인트, 사와스디 방콕 전망대, 2513 폭포 등 다양한 공간으로 갈 수 있다. 두짓타니 방콕에서 ‘초록’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호텔 앞에서 시작해 그린 브릿지를 건너 벤자키티 숲공원으로 이어지는 ‘그린 패스 방콕’을 통해 도시 속 녹지축을 걸어서 완주해보자. 호텔은 방콕의 대표 녹지대인 ‘방 크라자오’를 달리는 ‘어반 오아시스 사이클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자전거 투어·로컬 시장 탐방·피크닉·타이다이 워크숍 등 자연과 문화가 결합된 체험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