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이 불거졌다. 2022년 말 챗GPT 등장 이후 AI 버블 논란은 반복됐다. 하지만 버블일지 아닐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다만 참고할 수 있는 과거는 있다. AI가 IT 첨단기술이라는 점에서 1995년에서 2000년까지 진행된 닷컴 버블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17일 DB증권은 '1995~2000년 닷컴 주식에서 얻는 교훈' 보고서에서 AI 버블이 터질지 말지는 AI 관련 산업을 뺀 나머지 경제 분야가 얼마나 견조할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닷컴 버블 생성은 '신산업 기대·유동성 증가·일반 경제 견조' 덕분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의 인터넷 트래픽이 매년 100% 이상 증가했다. 구글과 아마존 등이 이때 등장했다. 이메일 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높이고 전자 상거래 등으로 소비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신경제론(New Economy)마저 등장했다.

닷컴 버블에 불을 붙인 것은 넘치는 유동성이었다. 1997년 아시아에서는 외환위기가, 1998년 미국에서는 LTCM 사태가 발생했다. 연준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기습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1999년에는 미국에서 금융규제 완화가 시행됐다. 연준에서는 Y2K 문제(컴퓨터의 날짜가 99년에서 00년으로 전환할 때 인식 오류 가능성)를 염려해 시중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했다.
닷컴 버블 시기에는 인터넷 관련 신산업을 뺀 일반 경제 역시 탄탄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생산 공산품 가격이 내려가,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수입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소비가 증가해 경제 전반이 호황기에 들었고, 투자자들은 큰 걱정 없이 닷컴 주식에 투자할 수 있었다.
닷컴 버블 소멸은 '일반 경제 악화·유동성 감소·신산업 기대 감소' 때문
닷컴 버블이 터지기 전에 곳곳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미국 제조업은 아시아 외환위기 등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자 1999년 말부터 약화했다. 인터넷 사업과 관련이 없는 제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었다. 제조업 대표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악화하며 실물 분야 신용 경색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됐다. 결국 유동성이 감소하자 투자자들이 닷컴 기업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2000년 3월 이후 닷컴 버블 소멸이 진행되면서 후행적으로 신산업 성장 스토리에 대한 냉정한 현실 인식이 나타났다. 당시 인터넷 주요 기업들의 '밴더 파이낸싱'에 대한 인식 변화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닷컴 버블이 한창인 시절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시스코시스템즈는 고객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 고객사가 시스코시스템즈의 장비를 구매하는 비즈니스를 확대했다. 위험이 내재된 밴더 파이낸싱에도 불구하고 시스코시스템즈 주가가 상승하던 때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주가가 내려가자 2000년 3분기까지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밴더 파이낸싱'을 이유로 투자자들의 우려가 증폭됐다.
닷컴 버블에서 얻는 교훈은 'AI 관련 산업만 들여다봐서는 AI 버블의 방향을 알 수 없다'이다. 강현기 DB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닷컴 버
블은 인터넷과 무관한 일반 경제의 약화에서부터 비롯됐다"며 "요즘 AI 관련 주가의 상승 지속성 역시 보편적인 경제의 강약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닷컴 버블이 꺼지기 직전, 주식시장과 하이일드(고위험 회사채)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999년 말부터 닷컴 버블 정점인 2000년 3월까지 4개월간 인터넷 관련 주식은 가속해서 상승했지만, 미국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오히려 더 악화됐다. AI 버블을 진단할 때 해답은 의외의 곳에 있을 수 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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