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사천피 시대, '밸류업 2.0'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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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사천피 시대, '밸류업 2.0'이 시급하다

시장이 들떠 있다. 코스피는 4000을 넘어 새 역사를 쓰고 있고 곳곳에서 '5000시대'가 현실화할 것이란 목소리도 커진다. 이미 달리는 말에 홀로 올라타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가 극대화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적 열기 속에서 뒤로 밀려난 단어도 있다. 바로 밸류업(Value-up)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각종 공식석상서 밸류업 1년 성과 홍보에 여념이 없던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이제 '코스피 4000 돌파' '사상 최고치'를 강조하느라 바쁜 모양새다. 불과 몇주새 비슷비슷한 행사만 여러 차례 열리자, 일각에선 '샴페인 터뜨릴 때 아니다'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조적 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지수만 치솟는 최근의 흐름은, 오히려 바로 지금이 '밸류업 2.0'을 꺼내 들어야 할 시점임을 명백히 말해준다. 정책 기대감엔 유통기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엔 시행돼야만 정책 기대감에 기댄 현재의 코스피 랠리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코스피 5000시대를 예고한 새 정부표 '밸류업'에 어떤 내용이 추가·보강되느냐다.


먼저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표기업들이, 상장기업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시행 첫해 코스피 소형주 및 코스닥 기업의 참여는 불과 2% 수준에 그쳤다. 갓 시행된 제도임을 감안해도 주요 기업 설득은 물론, 공시 역량이 부족한 중견 및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까지 턱없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제도 설계가 모든 기업 유형을 아우르지 못한다면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효과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부는 염두에 둬야할 것이다. 대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거래소와 당국 차원의 실행 의지가 더 강해져야만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나마 공시된 내용에 '질적 편차'가 컸다는 점도 숙제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래 잘했던 애들은 계속 잘했고 못하는 애들은 계속 못했다"고 꼬집었다. 현재로선 자율적 권고가 대부분인데, 이 또한 구체적 목표와 실행방안을 제시하게끔 당국이 나서서 드라이브를 걸어야만 한다. 대신경제연구소 ESG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들의 주가 부양 효과는 공시 후 약 두 달이 정점이었고, 이후 빠르게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공시 내용의 명확성 및 이행의 연속성이 핵심적으로 작용했다"면서 "이행 점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행 관리 메커니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연 1회 이상의 이행현황 공시를 의무화하거나, 밸류업 지수 편입 시 단순 공시 여부가 아닌 이행 공시의 지속성을 평가 요소에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에 특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의 밸류업은 전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2.0'버전이 돼야 한다.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굳이 잘 만들어놓은 프레임워크나 틀까지 모두 버릴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기업지배구조를 주로 연구해온 찰스 왕 하버드 경영대학교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롤모델이 된 일본의 기업거버넌스 개혁 사례를 언급하며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이며 반복적인 강화, 정책 영역 간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밸류업 2.0 역시 기존의 장점은 살리되, 필요한 부분만 개선해 나가면 된다. 그게 바로 새 정부가 강조해온 실용주의일 것이다.






조슬기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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