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인플루엔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하면서 학교와 직장에서 동시에 ‘결석·병가 공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첫 본격적인 독감 유행기라는 점에서 방역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번 겨울 독감은 확산 속도가 빨라 정점이 더 남았다. 게티이미지 전문가들은 “올해 독감은 전파 속도와 환자 증가 폭이 모두 예년을 뛰어넘고 있다”며 개인·기관 차원의 즉각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환자수 무려 12배 폭증…“이미 지역사회 확산 국면 진입”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주 동안 인플루엔자 환자 수는 매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유행주의보가 발령됐지만 상승 곡선을 꺾기는 어려웠다.
특히 이달 첫째 주 기준 1000명당 50.7명으로 나타난 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시기(1000명당 4명 안팎)와 비교하면 1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전주(22.8명) 대비로도 2배 이상 급증하며 ‘조용한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령별로는 초등 연령대(7~12세)가 1000명당 138.1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1~6세 82.1명 △13~18세 75.6명으로 학생·아동 중심의 확산 패턴이 뚜렷하다.
성인(19~49세 34.7명)과 장년층(50~64세 12.1명), 노년층(65세 이상 10.7명)은 상대적으로 낮다.
전문가들은 “학생에게서 감염이 촉발돼 가정과 직장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경고한다.
◆학교·직장 곳곳서 ‘비상’…수업 취소·업무 공백 확산
현장 혼란도 커지고 있다.
한 중학교는 독감 결석자가 하루 30명을 넘어가자 교내 특별활동을 일시 중단하고, 학년별 등교 시 차등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도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 비중을 다시 확대하는 분위기다. 병가 요청이 늘어 팀 단위 업무 조율이 어려워지면서 “코로나 때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독감은 일반적으로 2일 안팎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기침·근육통 등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초기엔 미세한 증상만 있어 ‘증상 인지 지연’이 전파 확산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 “전파력 빠르고 정점 더 남았다”…대응 ‘분수령’
한 전문가는 “독감 발생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예방접종을 통한 면역 확보가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라며 “학생처럼 밀집 환경에 있는 집단에서는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 손 씻기, 환기 같은 기본 수칙만으로도 확산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7~12세 연령층에서 환자 발생이 두드러지게 높다”며 “학급 단위로 감염이 확산하면 속도를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에게 발열이나 기침이 있으면 등교를 잠시 중단하고 회복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1000명당 50명대의 독감 환자는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높은 수치로, 지역사회 전파가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며 “학교·직장에서 증상자 조기 발견과 자발적 휴식 문화가 자리 잡지 않으면 유행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인플루엔자는 잠복기가 1~2일로 매우 짧다. 증상이 가볍더라도 일상생활을 계속하면 주변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즉각적인 수칙 준수, 학교의 촘촘한 관리, 직장의 유연한 대응이 모두 결합될 때만 이번 유행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 수 있다. 게티이미지 가벼운 열감·근육통만 있어도 의심 증상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태도가 이번 유행 억제에 중요하다. 직장 내 확산이 커지면 생산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기업은 재택근무 활용, 대면회의 최소화, 마스크 상시 비치 등 조직 차원의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며 “직원도 증상이 있을 때 ‘무리한 출근을 자제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독감 ‘유행 곡선’ 완만하게 만들려면?
독감은 백신, 보호구, 개인위생이라는 3가지 기본 예방 원칙만 지켜도 예방이 가능하다.
한 전문가는 “올해 환자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미접종자는 즉시 예방접종을 받기를 권한다”며 “학생은 공동생활 시간이 길어 감염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실 상시 환기, 공용 물품 최소화, 발열 학생 분리 등 학교 차원의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학부모와 학교가 함께 ‘증상 발생 시 즉시 등교 중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겨울 독감은 확산 속도가 빨라 정점이 더 남았다”고 경고한다.
방역기관도 예방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캠페인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개인의 즉각적인 수칙 준수, 학교의 촘촘한 관리, 직장의 유연한 대응이 모두 결합될 때만 이번 유행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조언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