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를 팔겠다고 선언하면서 국산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의 경쟁상대가 됐다. 우리 정부가 공동개발 수준을 뛰어넘는 현지 생산, 제3국 공동 수출 등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백악관을 찾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에게 대당 최대 1억210만 달러(약 1495억 원)에 달하는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를 팔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최대 48대의 F-35 구매를 요청하는 사우디의 요청을 거부해왔다. 질적 우위(QME)정책 때문이다. QME는 미국 의회가 2008년 이스라엘이 중동의 잠재적 적대국보다 군사력 우위에 설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이다.
현재 F-35를 도입한 국가는 한국 일본 영국 호주 등 미국의 동맹 20개국이다. 중동 국가 중에는 이스라엘이 유일하다. F-35를 자체 개량한 'F-35I 아디르' 75대를 보유 중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이 판매 의향을 내비친 것은 집권 1기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이슬람권 주요국의 외교관계 수립)에 사우디를 추가하려는 목적이다. 사우디가 올 5월 미국산 무기 구매 등 총 6000억 달러(약 876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분위기는 급물살을 탔다.
다만, 미국 내 분위기는 좋지 않다. 사우디는 최근 수년간 중국으로부터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구입했고 연합 해군 훈련도 하며 군사 협력을 강화해 왔다. 중국 화웨이 통신망 사용으로 인한 기술 유출 우려해 아랍에미리트(UAE)에 F-35 판매를 철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매 가능성은 두고 봐야 한다. 여론도 좋지 않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국영 부동산 기업 다르글로벌이 트럼프 일가 기업인 트럼프오거니제이션과 몰디브에 고급 리조트를 함께 건설할 예정이라고 17일 보도했다. 트럼프오거니제이션은 630억 달러(약 91조9800억 원) 규모의 사우디 도시개발 사업과도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사우디에 6세대 전투기 개념 계획을 제시하며 공동개발을 추진해왔다. KF -21을 바탕으로 개발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블록(Block)-3 단계 성능 개량을 통해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6세대인 유무인 복합체계(MUM-T·멈티)를 만들 예정이다. 사우디와 공동개발을 하더라도 UAE와 협력했던 것처럼 현지 생산, 제3국 공동 수출 추진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독자적 운용 능력을 키우기 위한 지원까지 해야 한다.
전투기의 수출을 위해서는 항공기 엔진 국산화도 속도를 내야 한다. 항공 엔진은 소재·정밀 가공·전자 제어 등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소수의 국가만 독자 기술을 갖고 있다. 현재 자체 항공 엔진 설계 기술과 생산 능력을 가진 나라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중국 등 6국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무인기용 1만5000파운드포스(lbf·1만6000파운드 무게를 밀어 올릴 수 있는 힘)급 이상의 첨단 항공 엔진 핵심 소재·부품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했다. 정부는 2039년까지 14년간 약 3조3500억원을 투입해 1만 6000l bf급 첨단 항공 엔진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항공 엔진 국산화로 국내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을 키우고 안보 역량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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