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 [詩의 뜨락]

글자 크기
김승일
오늘 아침에 학교 오다가
좋은 생각이 났어

아무에게나 다짜고짜
백 원만 달라고 하는 거야

전교생이 육백 명이니까 쉬는 시간에
돌아다니면서 백 원만 달라고 해서 모으면
하루에 육만 원이야
백 원은 너무 적은 돈이라서 애들도
흔쾌히 나눠 줄 거야

근데 생각보다 동전 가지고 다니는 애들이 없네
다른 반 애들은 네가 누구냐고, 있어도 안 줄 거라고 하고
네가 깡패니? 아까는 선생님한테 들켜서 혼났어
점심시간에 백 원 돌려주러 돌아다녔어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데 친구들이 들러붙는다
야, 백 원씩 모아서 부자 됐다면서?
공원에서 과자 파티 하자

음…… 그러자, 돈은 내일 벌면 되지
더 좋은 생각이 나면

-시집 ‘나 우는 연기 잘하지’(창비) 수록

●김승일
△1987년 경기 과천 출생. 2009년 ‘현대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에듀케이션’, ‘여기까지 인용하세요’, ‘항상 조금 추운 극장’ 등 발표. 현대시학작품상, 박인환문학상 수상.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