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목표는 우크라 전체를 친러 국가로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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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목표는 우크라 전체를 친러 국가로 만드는 것”
백승주 회장, 러·우 전쟁 관련 특강에서 밝혀 “러가 쓴 하이브리드 전략, 철저히 대비해야”
지중해 옆 흑해에 면한 크름(크림)반도는 한반도의 8분의 1 정도 되는 면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말로 치닫던 1945년 2월 미국·영국·소련(현 러시아) 3대 연합국 수뇌부가 모여 전후 처리에 관한 회의를 연 도시 얄타가 있는 곳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둘 다 소련을 구성하는 자치 공화국이던 1954년 소련 지도부는 크름반도를 러시아에서 떼어내 우크라이나에 양도했다. 하지만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제각각 독립국이 되고 난 이후인 2014년 러시아는 군사력으로 크름반도를 강탈한 뒤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두 나라는 2022년 2월부터 벌써 4년 가까이 전쟁 중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오늘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시작된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두 나라 간의 분쟁은 실은 2014년부터 벌써 1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24일 전쟁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백승주 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이병형홀에서 ‘우크라이나 정세와 한국 안보’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는 기념관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가 매월 셋째 주 금요일 국가안보, 외교, 통일, 역사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을 초청해 여는 ‘용산 특강’ 행사의 일환이다.

백 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세를 분석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장기 집권으로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한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장기화, 부패 의혹, 내부 피로감으로 정치적 입지가 약화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선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내 점령지를 지속적으로 넓혀가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러시아는 핵무기 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이다.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편에서 직접 개입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유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2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우크라이나 정세와 한국 안보’라는 주제의 특강을 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백 회장은 이날 “푸틴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전쟁 종식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체를 친러 국가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우크라이나 영토였으나 러시아군에 점령된 뒤 급격히 러시아화(化)하고 있는 크름반도의 현재 모습이 곧 우크라이나의 미래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군사력과 비군사적 수단을 동시에 활용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많이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망했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원래 같은 나라’라는 식의 선전전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반(反)러시아 감정을 누그러뜨리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전략에 해당한다.

백 회장은 북한 역시 이러한 하이브리드 전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사이버 공작과 여론전 등을 결합한 북한식 하이브리드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며 우리 안보 당국에 철저한 경계를 주문했다. 백 회장은 또 1953년 체결된 한·미 상호 방위조약에는 이른바 ‘자동 개입 조항’이 없다는 점을 지목했다. 그는 “위기 시 동맹을 움직이는 힘은 법 조문이 아니라 양국 지도자 간 신뢰”라며 “6·25 전쟁 당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신속한 참전) 결단처럼 평소 (한·미 간에) 외교·안보 채널의 신뢰를 튼튼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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