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회원의 수익·권익 위해” 작곡가 김형석, 한음저협 회장 출마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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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회원의 수익·권익 위해” 작곡가 김형석, 한음저협 회장 출마의 이유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차기 회장 후보로 출마한 작곡가 김형석이 시스템 전면 개편과 인사 혁신을 통한 투명한 경영을 약속했다.

국내 최대 저작권 관련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KA, 한음저협)이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전에 돌입했다. 다음달 16일 열리는 제25대 회장 선거 후보에는 작곡가 김형석과 이시하가 후보로 출마한다. 한음저협 전체 회원 5만5000여명 중 정회원 900여 명이 투표권을 가진다. 당선인은 향후 4년간 회장직을 맡게 된다.

김형석은 1989년 가수 김광석의 ‘너에게’로 데뷔해 신승훈, 박진영 등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의 히트곡을 연달아 선보이며 스타 작곡가로 자리매김했다. 무려 1400여 곡을 작곡한 대한민국 대표 작곡가다. 25일 김 후보는 “협회가 시끄럽다. (나는)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사람이라 리스크가 클 것 같았지만, 선후배님들의 추대로 먼저 협회 자료를 살펴봤다”고 말을 꺼냈다.

협회의 전관부터 문체부 관련 현안과 자료들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심각하다’였다. 김 후보는 “새는 돈이 많고 징수도 잘 안 된다. 징수와 분배의 규모를 보면 금융회사만큼의 시스템이 필요한데, 수 십년 전 그대로다. 나라면 돈을 맡기지 않을 것 같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체부 유관단체인 만큼 대관 업무 또한 중요하다. R&D 펀드를 추진할 경우 과기부와의 협업도 필요하다. “정부와 긴밀히 협업해 K-팝의 근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출마를 결심했다”며 “한음저협은 단순한 징수 기관을 넘어 K-콘텐츠의 글로벌 성장을 뒷받침하는 창작자 권익 대표 공적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불완전한 시스템을 개선해 오로지 회원의 수익과 권익을 위해 일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60년 역사 한음저협, 쇄신이 필요할 때

한음저협은 1964년 문화체육관광부 인가로 설립돼 지난 50년간 음악 저작권 신탁 분야를 독점해 왔다. 징수되는 저작권료의 94%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저작권 단체다. K-팝 열풍에 힘입어 저작권료 징수액은 2020년 2487억원에서 2024년 4365억까지 늘어났다. 평균 수수료율 8%대의 한음저협의 수수료 수익도 한 해 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수익 규모의 증가로 저작권료 분배와 정산 투명성 문제 등이 잇따라 제기돼 왔다.

밀실 경영이 문제가 됐다. 의혹은 가중되고 지적은 늘어만 갔다. 당연히 신뢰는 바닥을 쳤다. 60년간 지켜온 협회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 자료를 보고 그냥 덮는다면 나중에 더 욕먹을 것 같았다. 4년 동안 책임감을 가지고 봉사해야 하는 나이가 됐다. 연임 욕심도 없다. 차근차근히 해나가고 싶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김 후보는 먼저 데이터에 근거한 4대 혁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K-MLC 구축으로 저작권료 1조 시대를 바라보는 ▲징수혁신, 복지재단 설립을 바탕으로 한 ▲상생 혁신, 전문경영인 제도와 글로벌 회계 컨설팅 도입해 이룰 ▲경영혁신, AI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혁신이다.
◆K-팝 훨훨 나는데…저작권은 누락·누락·누락

K-팝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해외 징수 누락 폭도 커지고 있다. 미국 MLC(Music Licensing Collective)의 연간 징수액(7000억원)보다 한음저협으로 분배되는 금액은 약 1억7000만원 수준이다. 음악 스트리밍 시장 규모가 무려 38조에 달하는 중국 MCSC(Music Copyright Society of China) 징수액은 약 7억원. 중동 및 아프리카의 징수액은 전무하다.

그룹 블랙핑크 로제는 지난해 한음저협을 탈퇴해 화제가 됐다. 해외 활동의 증가로 저작권 수익 관리에 효율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K-팝의 세계화에 해외 저작권 관련한 논의도 지속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전체 징수액 4300억원 중 해외 징수액은 단 370억에 그쳤다. 정부와 협력해 'K-MLC(Korean Music Licensing Collective)'를 출범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김 후보는 “미국 200억원 이상, 중국 100억원 이상으로 임기 내 해외 징수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별도 복지재단을 설립해 상생 혁신에 나서겠다는 목표도 확실하다. 원로 회원들에겐 노후와 명예를, 후배들에겐 건강한 창작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기업 후원과 정부 펀딩 등을 통해 협회 예산과 분리된 복지 재원을 마련해 실질적이고 지원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꾀한다. 신진 작가 발굴에 선배들이 힘을 보탤 수 있는 멘토-멘티 제도도 계획하고 있다.
◆AI로 시스템 개선…“누수 바로 잡을 것”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한음저협이 지난 9년 간 회장에게 28억원, 비상임 임원들에게 57억원 등의 과도한 보수를 지급한 것이 알려지며 방만 경영의 비판이 일었다. 김 후보는 “지금은 회장 1인에 의존하는 비효율적 조직이다. 리더십에 의존해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전문 인력과 감사체계의 부재가 치명적”이라고 진단했다. 신뢰받는 문화산업형 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회장과 전문경영인의 역할 분리를 필수로 삼았다.

이제껏 협회의 수뇌부가 강조해온 건 ‘투명’과 ‘신뢰’였다. 김 후보는 이 두 가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 털어야 한다”고 했다. 현 협회 운영을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간 회장단이 쌓아온 공도 있다. “좋은 성과도 알리면서 내부를 고쳐가고 싶다”고 진심을 담은 김 후보는 해외 시장에서의 저작권료 징수 확대, 저작권료 산정을 둘러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측과의 갈등 해결, 미용실·일반사업장 등 공연권 징수 범위 확대 등을 공약으로 걸었다.

저작권 징수 누락에는 노후화된 시스템의 문제가 치명적이다. 연간 15억원의 외주 용역비를 지불하지만 약 250만 곡에 달하는 미등록곡이 발생한다. 지난해 음악 사용 로그가 311% 폭증했지만, 현 시스템은 이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다. 이에 김 후보는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AI 특공대’를 투입해 데이터 누락과 수익 누수를 바로잡겠다. 내 저작권료가 어디서, 어떻게 징수·분배됐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터 통합 관리를 통해 정확도를 높이고 누락을 원천 차단하겠다”며 “음저협의 신뢰 회복을 통해 창작자의 지갑을 두둑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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