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이 생산적 금융 선제적 발표, 서민금융 대출 상품의 금리 인하, 주택담보대출 지점 한도 지정 등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새희망홀씨II'에 저신용 고객 금리 우대 항목(0.3%포인트)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또 연체 없이 성실히 상환한 고객은 우리은행 내부 등급에 따라 최대 3.0%포인트까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
새희망홀씨는 정책대출 중 하나다.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의 개인이라면 신용점수와 상관없이 직장인, 프리랜서, 개인사업자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의 개인은 개인 신용평점 하위 20%에 해당할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대출금리는 10% 이하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인하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새희망홀씨 대출 공급은 3분기 누적 기준 5588억원이나 기록했다. 이는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규모다. 구체적으로 보면 1분기 1540억원, 2분기 1750억원, 3분기 2298억원 등 점점 확대하는 모습이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저신용자에게 낮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부 금리 지원을 일부 하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은행도 금리 삭감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급 규모를 늘리기 쉽지 않다. 우리은행은 1분기 대비 약 750억원이나 공급을 늘린 셈이다. 개인 대출 한도가 3500만원임을 고려하면 꽤 큰 규모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현재 금융제도는 가난한 이가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계급제가 됐다"며 "금융권은 공적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고신용자가 이자를 더 부담해 저신용자에게 싸게 빌려주자"는 발언에 이어 재차 저신용자 저금리 공급을 강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은행은 10·15 부동산 방안이 발표된 이후 지점 당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월 한도를 10억원으로 제한했다. 일반적으로 주담대 금액이 수 억원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출을 매달 3~5명으로 제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아파트 가격에 따라 6억·4억·2억원 대출 한도를 정한 것과 같이 영업점에 대출 상한선을 지시한 것"이라며 "시중은행보다 적극적으로 정책 호흡을 맞추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금융권에서 우리은행의 행보에 놀란 것은 지난 10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발표한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이다. 이 자리에서 임 회장은 5년간 8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공급 계획을 금융사 중 처음으로 발표했다.
당시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이사회 논의 등 지체하는 사이 우리금융이 선제적으로 숫자와 계획표를 들고나왔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임 회장이 관료 출신이라 민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더 빠르고 규모도 컸다"고 놀라워했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이런 행보를 두고 임 회장의 연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우리금융은 현재 경영승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금융업계는 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금융지주 회장 승계는 경영 성과와 투명성 검증 위주로 변화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임 회장도 연임을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은행의 기민한 대응도 이런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한편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달 17~18일 이틀에 걸쳐 임원추천후보위원회(임추위)를 구성했고, 임추위가 롱 리스트(1차 후보군)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중 쇼트 리스트(2차 후보군)를 구체화하고, 내년 1월 최종 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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