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컴퓨팅 과잉이 아니라 전력입니다. 전력과 가까운 곳에 충분히 빠르게 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죠. 그것이 안 되면 창고에 칩을 잔뜩 쌓아두고도 실제로 꽂아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미국의 경제 팟캐스트 BG2에 출연해 "향후 2~3년 안에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전력이 없다면 GPU를 꽂아서 사용할 수 없어 재고로 쌓일 것이라는 얘기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대에 따라 국내에서도 전력 인프라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AI데이터센터 등 수요처까지 빠르게 연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송전 인프라를 신속하게 구축해야 한다. 송전 인프라는 일종의 AI 대동맥인 셈이다.
국내에서 송전망 건설을 위해 향후 15년간 72조8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국전력이 지난 5월 확정한 제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2024~2038년)에 따르면 2038년까지 72조8000억원을 들여 6만1183 서킷 킬로미터(C-㎞)의 송전선로를 구축하고 변전소 1297개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말에 비해 송전선로는 71.9%, 변전소는 43.2%(391개) 늘어난 수치다.
투자 금액은 2년 전에 세운 10차 계획에 비해 16조3000억원(약 28.8%) 증가했다. 그만큼 전력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본 것이다. 구체적으로 345kV 송전선로에 28조2000억원, 154kV에 26조4000억원, 초고압직류송전(HVDC) 계통 안정화에 18조2000억원이 투자된다.
한국전력은 이번 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 신규 설비 계획에 따른 투자비 12조2000억원이 새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지중선로 7조1000억원, 가공선로 1조5000억원, 변전소 3조6000억원이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 10월1일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기간전력망확충위원회를 열고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 포함된 345kV 이상 송변전설비 중 송전선로 70개, 변전소 29개 등 99개 사업을 '국가기간전력망설비'로 지정했다. 주로 재생에너지 연계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단지 전력 공급을 위한 송변전 설비들이다.
여기에는 이른바 '서해안 HVDC(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 포함된 4개의 송전선로도 포함됐다. 국가기간전력망설비로 지정되면 범정부 협력체계를 구성해 지원하고 각종 인허가를 패스트트랙으로 신속 처리한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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