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육박에도 대형 건설사는 무덤덤한 이유,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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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500원 육박에도 대형 건설사는 무덤덤한 이유, 알고보니

최근 고환율 장기화에 건설업계에도 공사비 인상과 분양가 상승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대형 건설사들의 반응은 정중동이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공사비 쇼크'를 경험한 터라, 환율 리스크를 견딜 수 있는 구조적 대응 체계를 이미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1.66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자재·노무·장비 등 건설 공사비 전반의 물가 변동을 반영한 지표로, 2020년 수준을 100으로 기준 삼아 변동률을 산출한다. 지수는 매년 상승세를 보여왔지만, 오름폭은 점차 줄고 있다. 2021년 111.5(+11.5%), 2022년 123.8(+11.1%), 2023년 127.9(+3.3%), 2024년 130.1(+1.7%)을 기록했다. 올해도 환율을 감안하더라도 2% 안팎의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대형 건설사들이 고환율에도 비교적 담담한 1차적인 이유로 꼽힌다.


특히 건설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환율 민감도가 낮은 편이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업의 수입 의존도는 3.4% 수준으로, 전기·가스(25.4%)나 제조업(19.2%)에 비해 크게 낮다. 환율이 10% 상승하더라도 1차 비용 상승은 0.34%, 후방산업을 통한 2차 비용 상승까지 포함해도 총 0.86%에 불과하다.


자재별로도 고환율 영향은 제한적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자재는 철근(15%), 석제품(31.2%), 합판(39.6%) 등 일부에 그친다. 대부분의 자재는 국산 또는 중국 등 인접국에서 조달하며, 연단위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환율이 단기 급등하더라도 즉각 원가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대형 건설사들은 이미 고환율에 대비한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환율 리스크에 대응해 제3국 조달과 환 헤지를 병행하고 있다"며 "자금 운용과 자재 수급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 사업 비중이 큰 만큼 달러 채권을 확보해 두는 동시에, 국내 자재는 자체 조달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을 활용 중이다.


GS건설은 입찰 단계에서 환 예비비를 반영하고, 수행 단계에선 선물환을 활용해 환율 변동에 대응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수주 계약에서 달러·유로·현지 통화 등 다통화 계약을 활용하고, 금융상품을 통한 환위험 헤지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대부분 자재를 장기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환위험 대비 시스템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충격을 계기로 구축됐다. 글로벌 물류망 붕괴와 자재 가격 급등을 겪은 뒤, 건설사들은 조달·계약·환율 관리 체계를 대폭 개편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당시 자재 수급이 끊기고 계약이 줄줄이 무산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며 "그 이후 가격 예비비와 환율 방어 전략은 기본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 건설사나 하도급사, 연단위 계약이 어려운 업체들은 고환율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 연동 조항이 없는 관급공사의 경우, 자잿값 상승이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공포 조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각에서 고환율로 인해 국내 건설 공사비가 급등해 주택 공급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된 얘기"라며 "이미 건설사들이 다층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한 만큼, 단기적 충격보다는 중장기적 환율 변동성에 맞춘 대응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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