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이 1일 열린 2025 인크레디웨어 레전드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대국을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한국 바둑계에 없던 ‘1969승’, 뜻깊은 숫자가 쓰였다.
이창호 9단은 1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 인크레디웨어 레전드리그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GOGO 양양의 김수장 9단을 159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제압하면서 통산 1969번째 승리를 완성했다.
전날(30일) PO 1차전에서 최규병 9단을 잡고 1968승으로 통산 다승 1위인 조훈현 9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이창호는 내친김에 곧장 한걸음을 더 내디디며 단독 1위 새 역사를 썼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이창호는 1986년 8월, ‘스승’ 조훈현의 최연소 입단(9세) 기록을 이어 11세1개월(2위)의 나이로 프로기사로 출발했다. 그와 동시에 제62회 승단대회에서 조영숙 당시 초단을 잡아내며 역사 집필을 시작했다.
이창호 9단(오른쪽)이 1989년 8기 바둑왕전에서 최연소 타이틀을 획득한 후,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공식 홈페이지
이창호 9단이 1992년 제3기 동양증권배에서 최연소 세계챔피언에 오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공식 홈페이지 최연소 타이틀 획득(14세1개월·제8기 KBS바둑왕전), 최연소 세계챔피언 등극(16세6개월·제3기 동양증권배) 등으로 세계 바둑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왕위전 12연패(1996년 30기~2007년 41기), 1994년 역대 최다 13관왕, 세계대회 역대 최다 17회 우승 등을 기록하며 바둑 천재에서 바둑 황제로 거듭났다.
범접할 수 없는 발자취는 숱한 승전보로 이어졌다. 최연소 500승(1993년·18세2개월), 1000승(2000년·25세2개월), 1500승(2010년·34세5개월)은 아직도 모두 이창호의 몫이다. 주 활동무대를 시니어 대회로 옮겨서도 마찬가지다. 2021년 2월 1800승(상대 한웅규 7단), 지난해 9월 1900승(상대 유창혁 9단)을 올리며 통산 최다승 랭킹 등반을 이어갔다.
올해도 이날 대국 전까지 63전 50승13패의 변함없는 클래스를 보여줬고, 마침내 39년여 만에 조훈현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올해 초 영화 ‘승부’를 통해 재조명됐던 조훈현과의 사제 라이벌 대결에서 또 ‘청출어람’을 증명한 셈이다. 스승 상대 최근 11연승 포함, 상대전적 197승119패로 크게 앞섰다.
또한 이날 이창호가 꺾은 김수장 9단은 생애 첫 타이틀을 획득했던 1989년 제8기 KBS바둑왕전에서 꺾은 상대이기도 하다. 36년 만에 그 장면을 재현하며 대기록에 남다른 의미를 더했다.
이창호 9단이 1일 열린 2025 인크레디웨어 레전드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통산 최다 1969승을 달성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이창호는 “최다승 기록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알려줘 얼마 전 알게 됐다”며 “지금껏 많은 대국을 해왔는데, 이렇게 뜻깊은 기록을 세우게 돼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아하던 바둑을 지금까지 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며 “어느 기사와 대국해도 바둑은 늘 어렵다. 앞으로도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산 전적 2784전 1969승1무814패(승률 70.73%)를 기록한 이창호의 다음 목표는 전인미답의 2000승 고지다. 매년 꾸준히 50승 남짓 신고하고 있는 상황, 이대로라면 다음해 신기록 수립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