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해 나아가는 한국거래소 [더 나은 경제,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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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해 나아가는 한국거래소 [더 나은 경제, SDGs]
지난달 11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정규일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부이사장),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맨 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8일 ‘2025년 KRX-TR 연례회의’를 열어 지난 10월 제표준 보고항목(UTI·UPI·CDE) 의무화 시행을 통해 KRX(한국거래소)-TR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보고체계를 완성한 성과를 기념하고, 향후 국내 보고체계의 안정적 운영과 질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TR은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세부 정보를 중앙 집중화해 수집·보관 및 관리하는 금융시장 인프라다. 제표준 보고항목은 고유거래식별기호(UTI), 고유상품식별기호(UPI), 중요보고항목(CDE) 등을 이른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거래소의 이러한 시장 인프라 강화가 한국 자본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나가는데 보이지 않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 10월27일 전 거래일 대비 2.57% 오른 4042.83에 마감하고, 코스닥 지수도 902.70까지 동반 상승했었다. 이로써 국내 주식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4000시대의 막을 열었고, 시가총액은 3300조원 수준으로 불어났었다. 연초 대비 코스피 상승률은 주요 20개국(G20)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었다. 당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코스피 4000 돌파를 두고 “단순한 지수 상승이 아니라 주주 중심 경영과 투자자 보호정책을 통해 자본시장이 정상화된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어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기업가치 공시 강화 등 주주 환원 확대를 위한 입법·행정 노력이 지수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코스피 4000은 5000을 향한 새로운 출발선”이라고 규정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한국 자본시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면서 주요 기관과 시장 전문가들은 잇따라 “코스피 5000, 나아가 6000도 가능하다”고 전망하면서 거래소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거래소는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이어진 코스피 4000·5000 관련, 여러 행사와 세미나, 해외 로드쇼에서 밸류업(Value-up·가치제고) 프로그램, 시장 인프라 혁신, 글로벌 투자자와의 직접 소통 등을 주도했다. 덕분에 코스피 4000시대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는데 뒷받침할 동력을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실제로 정 이사장은 지난 10월30일 서울 여의도 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위한 시장 전문가 간담회’에서 당시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5배 수준으로 제시하면서 대만(4배대)과 비교해 여전히 저평가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도 2배 수준까지 충분히 갈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지를 강조했었다.

코스피 4000 돌파와 관련해선 “주주가치 제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시장 참여자의 공동 노력”의 결과로 평가하면서 상승 흐름이 일시적 반등에 그치지 않도록 코스피 5000시대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규 투자자 유입을 위한 시장 신뢰 제고와 상품 다변화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씨티은행 김진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자사주 소각과 배당과세 개편의 처리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이 같은 의지 표명 후 지난 9월부터 외국인의 한국 시장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코스피 4000 달성에 큰 힘이 됐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제도 개편이 시장 친화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내년 6~12개월 내 코스피 5000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동석한 다른 전문가들은 올해 코스피의 추가 상승폭을 약 20% 전후로 제시했다. 기업 이익이 두 자릿수 증가하고, 밸류에이션이 일정 수준 재평가된다면 시총 확대 여지는 충분하다는 진단인 셈이다.

거래소는 코스피 5000시대를 준비하면서 장기적인 호흡으로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다는 비전을 내놓고 있다. 정 이사장은 지난 11일 거래소에서 개최한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위한 세미나’에서 주요 다국적 투자은행(IB)들이 최근 코스피 상승을 주력 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밸류업을 비롯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의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자본시장 진입과 성장 지원을 통해 정부의 생산적 금융·고용 대전환 정책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24시간 거래체계 구축, 결제시간 단축, 시장구조 개편, 진입·퇴출제도 개선 등 인프라 측면의 혁신계획을 추진하고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와 토큰증권(STO) 시장 개설을 통해 디지털 자산의 증권화 및 자본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 개선을 통한 기업의 자체적인 지배구조 합리화, 주주가치 존중 문화의 정착도 유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거래소는 국내 제도 개선을 넘어 해외 주요 금융 허브를 직접 찾아가는 ‘증시 외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달 3~6일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메릴린치(BofA), UBS, 프랑스 자산운용협회, 유엔 책임투자원칙(PRI) 등과 공동으로 ‘코스피 라운드테이블 2025: 코리아 프리미엄의 시작’(KOSPI Roundtable 2025: The dawn of Korea premium)을 개최했었다.

당시 거래소 정규일 유가증권시장본부장(부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코스피 4000 돌파와 연간 70% 수준의 상승률로 G20 중 1위라는 성과를 소개하고,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을 설명했다. 거래소는 라운드테이블에서 정책 방향,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시장 접근성 강화 방안을 집중적으로 소개했고, 유럽의 주요 기관투자자 70여곳과 만났다. 참석한 기관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표명하고 향후 협력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지난달 18일과 20일에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로드쇼: 코스피 5000과 그 너머’(Korea Exchange Global Roadshow: KOSPI 5000 and Beyond)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아시아·태평양 주요 금융 중심지를 대상으로 새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시장 신뢰 제고 노력,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의 의미 등을 설명했으며, 한국 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알리는 성과를 냈다.

당시 이 행사에 앞서 정 이사장은 “정부, 거래소, 시장 참여자의 노력을 바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발판이 마련됐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글로벌 자본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 대응해 국내 증시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시대를 위해 정책의 일관성과 속도, 기업의 혁신과 소통, 그리고 거래소의 주도적 역할을 성공 조건으로 꼽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배당소득세, 장기투자 인센티브, 기업 지배구조 개선,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지침)와 공시제도 개편 등을 통해 지금과 같은 정책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기업은 반도체·AI·방산·우주 등 신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장기 전략을 시장과 적극 공유하는 한편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 또 거래소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인프라 혁신,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묶는 ‘허브’ 역할을 통해 시장에 안착시키는 역할을 지속해서 해나가야 한다.

코스피 4000을 넘어 5000시대를 준비하는 지금 한국 자본시장이 과거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지울 것인지, 나아가 코리아 프리미엄을 새로 써 내려 갈 것인지 전 세계 자본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코스피 4000이 “정상화의 결과”라는 평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코스피 5000·6000이 “구조적 체질 개선의 결실”로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선임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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