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오죽하면 해외투자 하겠나… 공감한다”

글자 크기
“청년층 오죽하면 해외투자 하겠나… 공감한다”
이찬진 금감원장 첫 기자간담 환율 책임 여전히 해외투자자에 돌려 서학개미·증권사선 “남 탓하나” 반발 환율 안정 나선 정부 ‘우회 규제’ 지원 “국민연금 환시장에서 공룡 돼버려” 영향력 통제 사회적 논의 필요 지적 “금융사 보안시스템 형편없다” 직격 홍콩 ELS사태 관련 금융권 경고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정부가 고환율 원인으로 지목한 ‘서학 개미’(해외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에 대해 “정서적으로 공감한다”며 해외주식 양도세 인상 등의 직접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사의 해외주식 영업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하는 등 여전히 고환율의 책임을 해외투자자에게 돌리는 모습이다. 서학개미와 증권업계는 “구조적 원인은 외면한 채, 남 탓만 한다”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습. UPI연합뉴스 ◆금감원장 “자산 1% 해외투자 중”

이 원장은 1일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외환당국이 해외주식 투자를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지목한 것과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도 자산의 1%를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누구를 비난하고 이럴 입장이 아니다. 오죽하면 청년들이 해외투자하겠나. 정서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그러면서도 환율 안정을 명분으로 한 정부의 해외투자 ‘우회 규제’를 지원하고 나섰다. 이달부터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해외주식 투자 적정성 실태 점검에 나선 것인데, 증권사 창구 지도를 통해 해외투자를 억제하려는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원장은 “해외주식 투자 관련 규제가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업계에서는 해외투자의 위험성을 과장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증권사들은 빚투(빚내서 투자)를 과도하게 권하지 않고, 빚투를 하는 투자자들도 성인이고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자신들의 판단하에 고위험 투자를 하는 건데 정부가 과잉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학 개미와 함께 환율 상승의 또 다른 축으로 지목된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정부와 문제의식을 같이했다. 국민연금의 기계적인 해외투자 확대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인식이다. 과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을 지낸 이 원장은 연금의 영향력을 통제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 원장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연못 속 고래가 돼 해외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환시장에서도 공룡이 돼버렸다”며 “연금이 환율을 결정하는 주류가 돼 버린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수용할지 논의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러분의 급여가 이 시간에도 디스카운트(평가절하)되고 있다는 것에 분노해야 하는데, 여기에 결과적으로 연금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 보안시스템 형편없어”

대규모 손실을 불러온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서는 금융권에 경고장을 날렸다. 금감원은 판매 은행 5곳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약 2조원)과 임직원 중징계를 사전 통지한 상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 원장은 이번 징계가 ‘리딩 케이스’(선도 사례)라고 규정하며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금융당국 입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조 단위 과징금으로 대출 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과징금 확정 전까지는 위험가중자산(RWA) 인식을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열어뒀다.

삼성생명 등 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새 회계기준(IFRS17) 적용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론을 고수하면서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보험사들이 자의적인 계리적 가정을 통해 이익을 부풀리는 ‘일탈 회계’를 바로잡되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 원장은 “정상적인 국제회계기준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라면서도 “혼란 방지를 위해 2025년 회계 결산에는 (이번 방침이) 반영되지 않는 쪽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잇따르는 금융사 보안 사고에 대해서는 “최근 사고들을 보면 우리 보안시스템 투자는 미국과는 비교할 것도 없고 (국제) 평균에 비춰서도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보안 규제를 자본시장법 수준으로 전면 강화하는 법률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종민·채명준 기자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