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공식 출범했다.
국가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규모의 경제’를 키우는 중국업체에 맞서 미래 친환경?방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형선 중심의 글로벌 1위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과 중형선·특수선 중심의 HD현대미포를 합병해 조선과 방산을 모두 아우르려는 구상으로, HD현대는 한?미 조선업 협력인 ‘마스가’ 프로젝트 사업을 본격 공략할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HD현대 제공 HD현대는 1일 조선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모든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통합 ‘HD현대중공업’이 됐다고 밝혔다. 앞서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와 이들의 중간 지주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 3사는 지난 8월 말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의결했다. 9월 공정거래위원회 승인과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 찬성 가결을 거쳐 합병 절차가 마무리됐다. HD현대는 양적?질적 대형화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이 갖춘 실적?인허가?기술력에, 함정 건조에 적합한 HD현대미포의 중소형 도크?설비를 결합하면 방산 생산능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현대는 “통합 HD현대중공업은 2035년 매출 37조원을 달성해 세계 1위 조선사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2035년 특수목적선을 포함한 방산 부문의 매출 목표는 10조원”이라고 밝혔다. HD현대의 지난해 매출은 19조원으로 2035년까지 2배가량 실적을 높이겠단 것이다.
글로벌 방산 시장 진출의 기폭제가 될 마스가 프로젝트가 그 발판이 될 전망이다. 영국 군사 전문지 제인스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글로벌 함정 신규 계약 시장 규모는 2100여척, 3600억달러(약 51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가 안보와 맞물린 방산은 우방국 중심으로 공급망이 짜여져 중국의 저가 공세는 통하지 않는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 시장 진출은 미 우방국들의 문을 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 HD현대는 지난 10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소인 헌팅턴잉걸스와 손잡고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에 도전하기로 했고, 인공지능(AI) 방산기업인 안두릴과는 무인 함정 건조를 위해 미국 내 조선소를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털, 산업은행과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50억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양사 통합을 통해 친환경 연료와 디지털, 자율주행, 액화이산화탄소(LCO₂) 등 신기술의 대형 선박 연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HD현대는 “두 회사의 연구개발(R&D) 및 설계 역량을 결집해 중형선에서 대형선으로 신기술 적용을 확장하고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선박과 쇄빙선, 특수 목적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및 틈새시장에서의 수주 가능성도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HD현대는 경쟁력 있는 해외 야드를 활용해 벌크선과 탱커 등 중국 조선사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상선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고, 해외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재 싱가포르 투자법인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의 울산 조선소 외에 HD현대중공업의 경우 필리핀 조선소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고, HD현대미포는 베트남 조선소를 운영 중이다.
정기선 회장은 “오늘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날”이라며 “양사가 가진 기술력과 노하우에 임직원들의 열정이 더해진다면 새로운 혁신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