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편안하게 찾는 열린 공간으로” 탑골공원서 ‘음주’ 금지…갈 곳 잃은 노인은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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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편안하게 찾는 열린 공간으로” 탑골공원서 ‘음주’ 금지…갈 곳 잃은 노인은 ‘불만’
계도 후 과태료 부과
‘술·담배 없는 탑골, 더 건강한 종로’ 캠페인. 사진=종로구 제공 서울 종로구가 사적 탑골공원의 역사성과 공공성을 보존하기 위해 탑골공원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했다고 1일 밝혔다.

계도 기간은 내년 3월 말까지다. 내년 4월 1일부터는 탑골공원에서 음주하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열린 술병을 소지하거나 주류를 다른 용기에 옮겨 마시는 행위도 단속 대상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탑골공원을 모든 시민이 편안하게 찾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서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는 지난 8월 탑골공원 일대 바둑과 장기 등 오락 행위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이 조치로 갈 곳을 잃은 노인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일부는 다른 공원들로 흩어졌고, 인근 상인들은 매출 감소를 걱정하며 “노인들이 아니라 주취자를 관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여년째 종묘공원에서 돗자리와 바둑판을 제공하고 인당 하루 이용료를 1000원씩 받는 김모(70)씨는 “탑골공원에서는 노숙인들이나 주취자가 장기판을 엎는 식으로 갈등을 빚어왔던 것”이라면서 “이곳에선 음주를 제한하니 질서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탑골공원 인근 상인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돼지국밥집에서 20년 근무한 김모(62)씨는 “매출이 4분의 1 정도 빠졌다고 봐야 한다”며 “할아버지들이 장기 두면서 국밥 한 그릇, 술 한 잔 내기하는 게 매출에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탑골공원 북문에서 200원짜리 커피를 팔면서 장기판을 빌려줬던 박모(75)씨는 “수십년간 부산, 인천을 비롯해 전국구에서 노인들이 모여든 곳”이라면서 “장기 두는 노인들은 길에서 행패를 부리지 않는데, 여가 문화를 규제할 것이 아니라 노숙인을 관리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종로구는 탑골공원에 있는 핵심 국가유산인 국보 ‘원각사지 십층석탑’을 보존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한다.

지난달 26일 유리 보호각 개선을 위한 기본설계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의 유리 보호각은 산성비와 조류 배설물로부터 석탑을 보호하기 위해 1999년 설치됐으나, 통풍 부족이나 결로 등으로 석탑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사광 등으로 관람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종로구는 국가유산청과 협력해 석탑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관람 환경을 개선할 종합 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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