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 대응하며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오는 3일은 유엔(UN)이 장애인의 재활·복지와 권리 증진을 위해 지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구성원으로, 각자의 정체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특히 디지털 전환, 고령화 심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 등 노동 시장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장애인에게 어떤 일자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장애인 고용 현장을 책임지는 기관이 바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KEAD)이다. 이종성 공단 이사장은 취임 이후 장애인 고용을 활성화하고 장애인들에게 자립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산업의 확산으로 노동시장의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며 "장애인이 미래산업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미래 직무 발굴'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장애인의 일할 기회가 곧 삶의 자립과 사회참여로 이어진다"며 공단이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일자리 확대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를 통해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공단은 신산업 분야 직무개발, 디지털 기반 훈련 확대, 기업 대상 신직무 도입 지원 등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미래 산업에서 장애인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공단이 가장 먼저 준비하는 기관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있다.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 정체, 중증장애인 고용 부진, 직무 다양성 부족이 대표적인 현안이다. 특히 1000명 이상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이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문제는 제도의 실효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정부가 민간 의무고용률을 2029년까지 3.5%로 확대 시행추진하는 만큼 공단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기업 맞춤형 컨설팅, 우수사례 확산, 직무 다변화 지원을 통해 대기업의 의무고용률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취임 1년이 지났다. 공단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공단의 핵심 역할은 장애인이 일할 기회를 넓히고, 일자리를 통해 삶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실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는 '다 함께 일하는 내일을 만드는 장애인고용 통합 서비스 기관'이라는 비전 아래 고용 과정 전반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장애인에 대한 편견 해소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공단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법정 의무화된 지 7년이 지났다. 인식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편견이 존재한다. 공단은 인식개선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경험 기반·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 공연과 콘서트, 장애인스포츠팀 활동 등을 활용하고, TV·라디오·유튜브·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
-정부가 2029년까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매우 도전적인 과제인 만큼 공단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2019년도 민간 3.1%로 상향된 이후 7년 연속 동결돼 장애인 고용률 증가세가 둔화된 상황이다. 의무고용률 상향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장애인 일자리를 확충하기 위한 필수 조치다. 이에 공단은 '장애인 취업지원 플랫폼 고도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맞춤형 취업지원과 중증장애인 일자리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대상 장애인 고용 컨설팅을 강화하고 신산업 분야 맞춤형 직무를 개발해 기업의 실제 채용 여력을 높이고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고용 생태계를 만들겠다. 또한 디지털훈련센터를 현재 10곳에서 2026년까지 17곳으로 확대해 IT·디자인·콘텐츠 제작 등 신기술 기반의 디지털 인재 육성에도 힘쓸 예정이다. "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정부의 도전적인 목표에도 주요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률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대기업의 장애인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매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법정 민간 의무고용률이 3.1%임에도 1000인 이상 대기업 장애인 고용률은 2.97%에 그치고 있다. 특히 상위 20개 민간기업 중 13개 기업이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공단은 ESG 경영과 장애인 고용을 연계한 컨설팅을 강화하고 고용률이 낮은 10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고용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또 중증장애인 고용을 위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24년도 말 기준 전국에 171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에서 약 7000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
-전체 노동시장은 고용 증가세지만 장애인 고용률은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고용률은 2022년 50.3%에서 2023년 49.8%, 2024년 48.4%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양적 확대와 함께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필수다. 장애 유형과 기업 수요에 따른 맞춤형 훈련 제공으로 장애인의 직무 역량을 강화하고 노동 시장에 진입을 희망하는 장애인의 구직 의욕을 제고하기 위해 취업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구직-구인 매칭 시스템을 도입하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취업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장애인 고용의 질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
-장애인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표준사업장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표준사업장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공단의 방안은.
"공단은 표준사업장 설립 활성화와 경영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연계고용제도·표준사업장 생산품 판로 확대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장애인 추가고용 시 더 높은 무상지원금을 제공하는 '도약지원형' 제도를 신설했고 내년에는 지원 규모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판로 확보에 애로를 겪는 영세한 표준사업장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홍보·마케팅 비용 지원을 새롭게 추진해 사업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는.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공단이 앞으로 어떤 방향성과 가치에 중점을 두고 나아가야 할지였다. 장애인 고용은 개인의 삶을 바꾸는 일을 넘어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게 목표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 대응하며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
대담 : 전운 경제부국장
정리 : 최예지 기자
아주경제=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