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IMF 연례 보고서 성과와 향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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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IMF 연례 보고서 성과와 향후 과제
국제통화기금(IMF)은 매년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를 평가해 왔으며, 그 진단은 중요한 점검 기준으로 자리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발간된 IMF 2025년 연례협의 보고서는 새 정부에 대한 첫 공식 평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IMF는 한국경제가 대내외 충격 속에서도 견조한 회복력을 보였다고 진단했는데, 이는 강화된 펀더멘털과 적절한 총수요정책 운용이 반영된 결과다. IMF는 올해까지의 완화적 통화·재정정책을 “대체로 적절하다”고 평가하며, 추경과 예산안의 지출 우선순위 역시 권고 방향과 부합한다고 보았다. 실제로 2025년 3분기 성장률이 1.3%를 기록하고 소비심리가 개선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각각 1.0%와 1.8%로 상향 조정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 앞으로는 재정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운용하여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생산 여력을 확충하는 재정지출을 확대한다면 정책의 지속 효과가 더 커질 것이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의 안정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중장기 성장전략에 대해서도 IMF는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수출 다변화, 서비스업 생산성 제고 전략이 잠재성장률을 높일 적절한 조합이라는 것이다. IMF가 단기 경기 대응과 중장기 전략을 동시에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IMF는 이러한 단기적 평가와 별개로, 중장기 구조개혁의 실행 속도에 대해서는 분명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는 다소 높아 보인다. 하지만 구조개혁이 뒷받침된다면 잠재성장률을 2%대까지 높일 여지는 있다.

문제는 현재까지 확인되는 구조개혁의 진전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IMF가 구체적으로 진전이 있다고 평가한 개혁은 자본시장 개혁, 기업지배구조 개선, 그리고 비은행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 강화 정도에 머문다. 이 분야는 금융 안정을 강화하는 데 의미가 있지만, 잠재성장률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핵심 개혁·노동시장 개혁, 서비스업 규제 완화, 중소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부진하다.

정부는 이제 제시된 목표와 실제 정책이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AI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기업의 혁신을 제약하는 규제 정비가 필수적이며,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이려면 진입 장벽 완화가 요구된다. 또한 AI와 같은 불확실한 기술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노동 이동이 원활한, 유연한 노동시장이 필수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가 지적했듯, 디지털 혁신기업이 미국에서만 등장하는 배경에는 실패를 흡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수 있는 노동시장 구조가 자리한다.

이번 정부는 아직 출발선에서 멀지 않다. 그러나 적절한 방향 설정과 실행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잠재성장률 제고라는 목표는 점점 더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지속적이고 일관된 구조개혁은 올해 IMF 보고서가 한국경제에 던진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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