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창작집단 상상두목에 따르면 ‘안산, 황금용’은 최치언 윤색·연출작으로 12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씨어터 쿰에서 관객을 만난다. 원작 문학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극작가로서 ‘공간’을 희곡 안에서 중요한 기제로 사용해온 최치언 연출가의 시각으로 재배치 되어 한국의 사회? 경제적 맥락에 맞게 재해석 된다.
최치언 윤색·연출작 ‘안산, 황금용’의 출연진. 창작집단 상상두목 제공 독일 괴팅겐 출생인 롤란트 쉼멜페니히는 현재 독일을 대표하는 극작가다. 뮌헨에 있는 오토 팔켄베르크 연극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한 후 뮌헨의 캄머슈필레 극장을 시작으로 베를린의 샤우뷔네, 비엔나 부르크 극장, 베를린 폴크스퀴네 등 저명한 극장에서 일했다.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의 극장들에서 활발하게 공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립극단이 그의 고대 도시 테베 관련 연작을 2년에 걸쳐 공연중이다. 2009년 비엔나 부르크 극장에서 작·연출로 세계 초연된 ‘황금용’은 2010년 뮐하임 극작가상을 수상한 화제작. 시인·극작가·연출가로 활동해온 최치언은 원작의 보편성에 한국 이주노동 현실을 입혀 또 하나의 독립적 미학을 시도한다.
무대는 이주민 10만 명이 사는 경기 안산 다문화 거리. 타이·차이나·베트남 식당 ‘황금용’에서 일하는 베트남 청년 ‘꼬마’를 중심으로, 불법 체류, 노동 착취, 고립과 차별 등 이주노동자가 맞닥뜨린 현실이 다층적 에피소드로 펼쳐진다. 치료받지 못한 치통과 이의 부패라는 극적 장치를 통해 신체적 고통을 사회 구조의 은유로 치환한다. 주변의 한국인 또한 불행과 불안 속에 놓여 있다는 점을 드러내며, 이주민 문제를 ‘타자’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형식 실험 역시 두드러진다. 작품은 7개의 에피소드, 48개의 장면으로 구성되는 비선형 구조다. 여섯 명의 배우가 17개의 배역을 오가며, 젠더와 나이 경계를 넘는 일인다역을 수행한다. 인물 재현과 배우의 현존이 교차하는 포스트 서사극의 형식을 취해 장면은 쇼트 컷처럼 빠르게 전환되고, 관객은 퍼즐을 맞추듯 서사를 완성하게 된다. 연출은 여기에 코러스를 도입해 파편화된 서사를 연결하고 리듬감을 부여한다.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로 이름을 알린 배우 김성은이 출연해 주목된다. 박혜령, 서민균, 서진, 원인진, 임지성 등 상상두목 단체의 주력 배우들이 합류해 무대를 이끈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