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등 가계에 쏠린 자금을 현재보다 10%포인트만 줄여 기업 투자로 전환해도 우리나라의 장기 성장률을 0.2%포인트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 생산 부문으로의 자금 흐름 전환과 성장 활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내용은 한은이 한국금융학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공개됐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 등 연구팀이 1975년부터 2024년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신용통계를 이용할 수 있는 43개국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민간신용의 총량이 같더라도 가계보다 생산(기업) 부문의 비중이 높을수록 장기 성장률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민간신용에서 기업신용 비중이 10%포인트 늘어나면 장기 경제성장률은 0.4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민간신용 규모가 동일한 상태에서 국내총생산(GDP) 가계신용 비율은 10%포인트(90.1%→80.1%) 줄이고 기업신용 비율을 그만큼 늘리는(110.5%→120.5%) 형태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우리나라의 장기 경제성장률은 신용 재배분만으로도 0.2%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1.9% 성장으로 가정할 때 성장률이 2.1%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 실장은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면서 실물투자가 촉진되고, 이에 따라 생산성이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며 "기업신용 증가는 금융제약을 완화해 기업의 투자율을 높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노동생산성을 개선시켜 장기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신용 재배분은 업종별로 성장률 제고 효과가 상이했다. 한은 연구에 따르면 기업 중에서도 부동산과 건설업에 대한 신용공급은 경제성장률과 생산성 증가율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부동산·건설업을 제외한 부분에서는 신용이 1%포인트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이 0.026%포인트 오르고 총요소생산성은 0.013%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자본 생산성이 높은 산업, 중소기업, 그리고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신용증가가 기업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력이 낮은 신생기업일수록 생산성과 외부자금 의존도가 모두 높은 만큼 신용증가 시 성장률 제고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평가했다.
다만 과도한 신용 공급은 오히려 경제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황 실장은 "기업신용이 특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오히려 경제성장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신용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투자 효율이 낮은 부문으로 자금이 배분되거나 과잉투자를 유발, 한계기업 퇴출을 지연시켜 오히려 성장잠재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부동산 등 가계에 쏠린 자금 흐름을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신용공급 인센티브를 조정하고 중소·신생기업의 사업성과 기술력에 대한 평가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강화하고, 비생산 부문 신용에 대한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을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동시에 중소기업으로의 신용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치를 완화해주는 유럽의 'SME 서포팅 팩터' 제도를 벤치마킹해 우리나라 사례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현재의 대차대조표, 담보, 보증 중심의 대출심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특화된 신용평가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TOP(기술보증기금 개방형 기술평가 플랫폼)' 등 이미 개발돼있는 평가모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중소기업 특화 신용평가기관 설립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 실장은 "자본을 통한 자금조달도 촉진되도록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 기능 강화와 벤처캐피탈 활성화를 함께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주주 권익 보호 강화, 시장교란행위 근절 등 정책을 지속 추진해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도록 유도하는 한편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등 회수시장을 활성화해 민간의 투자유인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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