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상청이 9일 ‘홋카이도·산리쿠 앞바다 후발 지진 주의 정보’를 발표했다. 2022년 12월 도입된 이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기는 처음으로, 전날 밤 아오모리현에서 일어난 규모 7.5의 강진 이후 평상시보다 거대 지진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2만명 이상의 사망·실종자가 나온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규모 7.3의 강진 이틀 뒤 쓰나미를 동반한 더 큰 지진이 발생한 바 있어 일본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도로 꺼지고 천장 ‘폭삭’ 9일 일본 혼슈 동북부 아오모리현 도호쿠에서 차량 한 대가 붕괴된 도로에 위태롭게 걸려 있다(왼쪽 사진). 하치노헤에서는 한 남성이 무너져내린 상가 내부의 잔해를 치우고 있다. 전날 밤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5의 강진으로 도로와 건물 등이 피해를 본 가운데, 일본 정부는 후발 지진 주의 정보를 발표했다. 도호쿠·하치노헤=AP연합뉴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지역의 후발 지진 주의 정보는 일본해구·쿠릴해구를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거대 지진의 희생자를 줄이고자 도입됐다.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 경계 지점에 있는 거대 해곡인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임시 정보와는 별개다. 산리쿠는 아오모리, 이와테, 미야기 3개 현의 해안 지방을 뜻하며, 이곳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서 대지진이 일어나면 최대 2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일본 정부는 추산한다. 기상청은 아오모리 강진이 발생한 지 약 3시간 만인 이날 새벽 2시 해당 정보를 발표했다. 단층의 길이나 형상으로부터 지진 파괴력을 추정하는 모멘트 규모(Mw)가 7.4로 주의 정보 발표 기준인 7.0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규모 7 정도의 지진이 일어난 뒤 일주일 안에 대규모 후발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100번에 1번꼴이라면서도 “최악의 경우에는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지진이 일어나는 것도 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의 정보 대상 지역은 홋카이도부터 지바현에 이르는 7개 도·현의 182개 기초단체다. 대지진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의미는 아니어서 사전 피난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피해 지역인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향후 일주일 정도는 기상청이나 지방자치단체 정보에 유의해 달라”며 “가구의 고정 등 지진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흔들림을 느끼면 즉각 피난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전날 강진은 오후 11시15분 혼슈 동북부 끝인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발생했다. 도쿄 등 수도권에까지 흔들림이 느껴졌고 동북부 태평양 연안 지역에는 곧바로 쓰나미 주의보에 이어 경보가 발령됐다. NHK 등은 긴급 재난 방송을 편성하고 긴박한 목소리로 “방심하지 말고 즉각 고지대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실제 관측된 쓰나미는 이와테현 구지항이 70㎝로 가장 높았다. 지진 발생 시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의 느낌이나 주변 물체가 흔들리는 정도를 나타내는 진도는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에서 ‘6강’을 기록했다. 최대 등급인 7 바로 아래다. 사람이 서 있기가 힘들고 고정되지 않은 가구는 흔들리다 쓰러지는 수준이다. 이번에도 지진 발생 지역 곳곳에서 마트에 진열된 상품이 떨어지고 유리창이 깨졌다. 일부는 도로 통행이 금지되고 수도·전기 공급이 끊겨 아오모리현과 홋카이도의 학교 187곳이 휴교했다.
교도통신 자체 집계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아오모리현과 이와테현, 홋카이도에서 총 3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진원 깊이가 54㎞로 깊고 육지 쪽이 아닌 앞바다에서 일어나 인명 피해가 적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