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에 모여 있던 의원과 보좌진, 시민들 제압을 목적으로 출동 명령을 받고 부대원들에게 “국회 담벼락을 넘어라”라고 지시한 한 수도방위사령부 대대장(중령)이 아무런 제재 없이 상급 부대로 인사발령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같은 지시를 받고 “국민이 불안해한다”며 이행을 거부한 다른 대대장(중령)은 계엄 당일 인사조치를 들먹이는 협박을 받은 것은 물론 실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가 계엄에 가담 혹은 방조한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고, 후속 조치에 나서는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군 일선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2024년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16일 육군 등에 따르면 비상계엄 당일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인 김창학 대령은 휘하의 특수임무대를 각각 이끄는 A, B중령에게 국회 출동을 명령했다. 같은 지시를 받았으나 두 사람의 대응은 달랐다. 국회 출입문이 닫힌 것을 확인한 A중령은 대원들에게 월담을 지시했다. 반면 B중령은 김 대령에게 “계엄으로 국민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부대를 움직이지 않았다. B중령의 직언에 김 대령은 “입 닥쳐” 등의 거친 말까지 써가며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머리로만 생각하고 입으로 말하지 마”, “너가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거 봤냐?, 뉴스에 자막이라도 떴어?”, “뭘 근거로 그런 말을 하냐” 등 막말에 가까운 질타를 했다고 알려졌다. 계엄이 실패로 돌아가고, 이에 가담 혹은 방조한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 혹은 인사조치 등 책임추궁이 이어졌지만 세 사람에 대한 군의 조치는 납득하기 힘든 형태로 진행됐다. 부대원들의 국회 월담을 지시한 A중령은 현재 소속인 수방사에서 이달 말 상급 육군본부에 있는 군사경찰실 내 장교 보직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육군 내부에서는 중령 보직 이동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이다. A중령은 인사 발령이 끝난 후 이동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령은 계엄 이후 1년간 별다른 조치 없이 군사경찰단장 자리를 지켰다. B중령이 계엄 당일 김 대령에게 인사와 관련한 협박을 받았다며 고소했지만, 김 대령은 맞고소하며 대응했다. 고소를 이어가며 격렬한 갈등을 벌였지만 군은 김 대령과 B중령을 분리하는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당한 명령에 저항했던 B중령은 김 대령을 직속상사로 ‘모셔야’ 했고, 김 대령이 진행한 올해 전·후반기 근무평정에서 나쁜 평가를 받는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방부의 최근 조치와 명백히 대비된다. 국방부는 계엄 때 정치인 합동체포조 편성과 관련된 조사본부 소속 인원 16명을 직무정지했다. 조사본부 전사망민원조사단장과 수사단장은 계엄 당시 방첩사 요청을 받고 수사관 10명을 차출해 국회에 출동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계엄 관련 진상 규명과 처벌을 위해 15일 국방특별수사본부를 출범한 국방부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특별팀(TF) 가동과 관련, 지난 3주간 제보를 접수해 전날 부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육군 관계자는 김 대령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에 대해 “장성 인사가 나지 않아 대령 인사도 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A중령의 인사이동에 대해서는 “군내 인사시스템에 따른 것으로 (상급부대로 가지만) 영전이라고 보기도 힘들다”며 “명확한 지침 없이 ‘계엄군’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 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군 인사를 군 내부에만 맡겨 놓고 간섭을 하지 않다 보니 일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장민주 기자 chapt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