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호재에도 '덤덤'…현대건설, 원전 수주로 반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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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호재에도 '덤덤'…현대건설, 원전 수주로 반등할까

올해 하반기 들어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는 현대건설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 호재에도 편승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현대건설의 해외 원전 수주 잠재력에 주목하며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전날 0.84% 오른 6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착공하는 '9·7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KD(+30%), 동신건설(+13.38%), 금호건설(10.05%) 등 중소형 건설주들이 불기둥을 세웠지만, 현대건설을 비롯한 HDC현대산업개발(-0.24%), 삼성물산(+0.11%) 등 대형 건설사들은 웃지 못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정권들에서부터 이어진 반복적인 주택공급 대책 발표와 낮은 실행률에 따라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더는 주택공급 목표 '숫자'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며 "건설업종 현 주가 흐름에 변곡점을 만들 요소는 없다"고 총평했다. 정부의 9·7 부동산 대책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 공급 역할 증대 등 '공공'에 방점을 찍으면서 민간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이 요원해졌다는 게 장 연구원의 지적이다.


최근 2개월간 건설주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 노란봉투법으로 대변되는 노무 이슈 등으로 주가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KRX 건설지수는 지난 7월부터 전날까지 7.21% 내리며 전체 KRX 지수 가운데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 건설지수 역시 8.17% 주저앉으며 전체 지수 가운데 수익률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지난 6월 말 52주 신고가 경신 이후 주가가 고점 대비 30% 폭락하는 등 부진이 가장 두드러진 기업 중 하나다.


강민창 KB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이 2분기 실적발표에서 향후 연간 이익 가이던스 하향을 예고한 것이 최근 주가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이익 감소보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점이 더 문제였다"고 짚었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2분기 2170억원(전년 동기 대비 +47%)의 영업이익을 내며 호실적으로 마무리했으나, 현대엔지니어링의 본드콜(계약이행보증금 청구) 이슈 등이 반영돼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7933억원으로 기존 추정치 대비 13%가량 하향 조정됐다.


하반기 들어 현대건설의 주가가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 팀코리아 참여 경험 등으로 쌓아온 원전 파이프라인이 빛을 보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목표주가를 10만8000원에서 9만7000원으로 하향하면서도 "핀란드, 슬로베니아 대형원전 사업을 공동 추진 중인 웨스팅하우스와의 파트너십이 견고해 유럽, 미국 등에서 원전 수주 경쟁력이 유효하다"며 건설업종 '톱 픽' 의견을 유지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건설은 원전 설계·조달·시공(EPC) 글로벌 플레이어로 대형원전과 SMR 시장 모두에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압도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며 "원전을 배제하더라도 도시 정비 물량, 투자개발사업 매출 본격화 등 중장기 실적 개선의 방향성이 뚜렷하다"고 봤다. 목표주가는 7만8000원에서 9만2000원으로 올려잡았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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