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뉴시스 정부의 연이은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요 초고가 아파트 단지들의 매매 가격은 규제 이후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은 크게 줄었지만, 실제 성사된 거래의 가격 수준은 오히려 한 단계 높아지는 모습이다.
22일 부동산 실거래 데이터 플랫폼 집품이 규제 시행 전후를 비교·분석한 결과, 강남·서초·용산 등 자산가 수요가 집중된 대표 초고가 아파트 단지들의 거래 건수는 절반 이상 감소했으나, 평균 매매가와 최고가는 동시에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분석은 도곡렉슬, 압구정 현대14차, 래미안 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반포자이, LG한강자이, 래미안 첼리투스,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서울 대표 초고가 아파트 단지 9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규제 이전 해당 단지들의 매매 거래량은 총 556건이었으나, 규제 이후에는 241건으로 줄어 56.7% 감소했다.
단지별로 보면 아크로리버파크는 규제 이전 105건에서 규제 이후 18건으로 줄어 82.9% 감소하며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한남더힐은 22건에서 5건으로 77.3%, 래미안 퍼스티지는 115건에서 36건으로 68.7% 각각 줄었다.
반포자이는 134건에서 54건으로 59.7% 감소했고, LG한강자이와 래미안 첼리투스도 각각 45.0%, 44.4% 거래가 줄었다.
반면 도곡렉슬은 122건에서 93건으로 23.8% 감소하는 데 그쳤고, 압구정 현대14차 역시 12건에서 9건으로 25.0% 감소해 상대적으로 거래 위축이 제한적이었다.
거래량과 달리 가격 흐름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의 경우 규제 이후 전용 84㎡ 실거래가가 35억~39억 원 수준으로 형성되며 규제 이전 대비 가격 상단이 높아졌다. 전용 59㎡ 역시 26억~31억 원대 거래가 이어졌고, 전용 120㎡ 이상 대형 면적에서도 40억 원대 거래가 다수 확인됐다.
압구정동 현대14차는 규제 이후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전용 84㎡ 기준 거래가는 52억 원에서 62억 원, 이후 65억 원까지 상승했다. 해당 면적의 평당 가격은 2억5000만 원을 넘어섰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는 규제 이후 전용 84㎡가 48억~55억 원, 전용 59㎡는 39억~40억 원대에 거래되며 가격 상승 흐름을 보였다. 아크로리버파크 역시 전용 84㎡가 52억~56억 원, 전용 59㎡는 40억~47억 원에 거래되며 소형 면적을 중심으로 가격 강세가 나타났다.
반포자이는 급격한 상승보다는 가격 안정 속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전용 84㎡는 46억~50억 원, 전용 59㎡는 37억~38억 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용산구 이촌동 LG한강자이는 규제 이후 전용 134㎡가 43억~45억 원에 거래됐고, 래미안 첼리투스는 전용 124㎡ 거래가가 49억~58억 원 수준으로 형성되며 상대적으로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한남더힐과 나인원한남은 규제 이후에도 초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한남더힐에서는 전용 200㎡ 이상 대형 면적에서 100억 원을 넘는 거래가 다수 확인됐으며, 나인원한남 역시 전용 200㎡대 거래가가 160억 원 안팎까지 상승했다.
전반적으로 규제 이후 초고가 아파트 시장은 거래량 감소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대출 규제와 거래 제한 속에서도 자금 여력이 충분한 자산가 중심으로 수요가 재편되면서, 실제 거래가 이뤄진 가격대는 오히려 상향 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집품 관계자는 “초고가 주택 시장은 일반 아파트 시장과는 다른 수급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규제 국면에서도 자산가 중심의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화되면서 가격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가는 흐름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