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 집들이 반 토막… 무주택자에겐 한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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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서울 집들이 반 토막… 무주택자에겐 한숨부터
서울 입주 1만 6000세대 그쳐… 최근 수년 중 최저 수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뉴시스
서울 마포구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39) 씨는 최근 부동산 앱을 켤 때마다 한숨이 먼저 나온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든다는 소식을 접한 뒤다. 김 씨는 “새 아파트 입주가 줄면 결국 사람들이 기존 아파트로 몰릴 텐데, 그러면 집값이나 전셋값이 다시 오를 것 같아 불안하다”며 “지금도 서울에서 갈 만한 집은 이미 가격이 버텨서 내려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집들이 반 토막이라는 뉴스가 무주택자한테는 희망이 아니라 부담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내년 아파트 ‘집들이’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다만 이 흐름을 전국적인 공급 쇼크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별로 온도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22일 직방이 2026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을 조사한 결과, 내년 입주 예정 물량은 17만 2270세대로 집계됐다. 올해(23만 8372세대)보다 약 28% 줄어든 규모다. 최근 몇 년간 이어졌던 공급 흐름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 입주물량은 8만 1534세대다. 올해보다 약 28% 감소했다. 특히 서울은 감소 폭이 크다. 내년 서울 입주물량은 1만 6412세대로, 올해보다 48% 줄어든다.

주목할 점은 서울 입주물량의 87%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완료 단지라는 점이다. 신규 택지보다는 기존 도심 정비사업 중심의 공급이 이어지는 셈이다.

경기도는 평택·이천·파주·의왕 등을 중심으로 5만 361세대가 입주한다. 인천은 검단신도시 등 택지지구 위주로 1만 4761세대가 예정돼 있다.

지방 역시 감소 흐름은 비슷하다. 2026년 지방 입주물량은 9만 736세대로, 올해보다 약 28% 줄어든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3만 세대 안팎이 공급됐던 점을 고려하면, 내년은 분명 ‘속도 조절’ 국면이다.

서울에서는 서초구가 5155세대로 가장 많다. 방배5구역 재건축 단지 ‘디에이치방배’와 반포3주구 재건축 단지 ‘반포래미안트리니원’ 등 대규모 정비사업 단지가 한꺼번에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은평구에서는 대조1구역 재개발 단지 ‘힐스테이트메디알레’가 대표적이다. 송파·강서·동대문 등도 뒤를 잇는다.

경기 지역은 평택(8012세대), 이천(6074세대), 파주(3822세대) 등 기존 공급이 많았던 지역 위주로 입주가 이어진다. 인천 역시 일반 분양 중심의 택지지구 물량이 대부분이다.

지방이라고 모두 줄어드는 건 아니다. 부산은 내년 입주물량이 1만 4465세대로, 올해보다 오히려 늘어난다. 광주도 브랜드 대단지 입주가 몰리며 최근 4년 중 가장 많은 물량이 예정돼 있다.

충남은 전체 물량이 줄긴 했지만 최근 3년간 연평균 1만 세대 이상 공급을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과거 몇 년간 입주가 집중됐던 일부 지역은 공급이 급격히 줄며 ‘과잉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내년 입주물량 감소가 곧바로 전국적인 공급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축소 우려는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돼 왔고, 전세와 매매 시장 모두 지역 여건에 따라 점진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맞물리거나 신규 공급 공백이 발생하는 일부 지역에서는 단기적으로 전세 수급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체감 가격이 지역별로 선별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정부는 수도권 공급 불안에 대응해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정비사업 활성화와 인허가 절차 개선 등을 추진 중이다. 이를 감안하면 2026년은 공급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과도기적 조정 국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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