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밀집지역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부동산 중개업계가 말 그대로 문 닫는 속도가 여는 속도보다 빠른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달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사 수가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 전국에서 새로 문을 연 공인중개사는 577명에 그쳤다. 협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월간 기준 최저치다.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지난 8월 처음으로 600명 아래로 내려온 뒤, 두 달 만에 다시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 같은 달 문을 닫거나 잠시 쉬어간 중개사는 훨씬 많았다. 폐업한 공인중개사는 833명, 휴업한 중개사는 120명으로 집계됐다. 새로 여는 사람보다 떠나는 사람이 많은 흐름은 2023년 2월 이후 2년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중개업계 침체는 집값 하락과 거래 급감이 본격화된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이후 시장은 반등 신호를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중개사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영업 중인 개업 공인중개사는 지난 10월 기준 10만9990명으로, 2020년 8월 이후 5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11만 명 선이 무너졌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한 달 새 374명이 줄어든 10만9616명까지 내려왔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가 지난해 말 기준 55만 명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격증을 가진 사람 다섯 명 중 실제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사람은 한 명뿐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거래를 더 위축시킨 각종 규제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에 이어,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10·15 대책 이후 거래량이 더 줄었다는 것이다.
한 중개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개업을 고민하면 주변에서 먼저 말린다”며 “문을 열어도 버틸 수 있을지가 더 큰 걱정인 시기”라고 말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