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이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경쟁입찰에 부치는 방안이 결정됐다. 개념설계를 맡은 한화오션과 기본설계를 담당한 HD현대중공업의 공동개발 가능성이 점쳐지던 예상을 깬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이날 국방부에서 개최된 제17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총 사업비 7조8000억원에 달하는 KDDX 사업을 “‘지명경쟁’ 입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선체부터 레이더, 전투체계까지 전 과정을 국내 기술로 개발 및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6000t급 이지스함) 6척을 2030년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인 대형 프로젝트다. 그동안 축적된 함정 건조기술을 집약하고 대부분의 탑재 무기체계를 국산화해 해외 의존도에서 탈피하는 국내 최초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HD 현대중공업 제공 그러나 상세설계,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싸고 조선업계 1·2위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장기간 대립하면서 사업은 표류해 왔다. 당초 함정 사업의 기술적 연속성과 관행을 이유로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와의 수의계약론에 무게가 실려 왔지만,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불공정 거래 척결이 주요 국정 과제로 부각되면서 공동설계 방안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미 수차례 결정이 무산된 만큼 이날도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KDDX 프로젝트 연기로 해군 전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연내 마무리는 지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방사청 결정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냈지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표면적으로는 한화오션이 주장해온 경쟁입찰이 받아들여진 모양새지만, 앞서 ‘기본설계’를 HD현대가 맡았던 데다 이지스 구축함 경력이 더 많은 만큼 경쟁입찰 결과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상 함정 사업은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기에 HD현대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방사청이 HD현대에 대한 보안 감점 기간을 내년 12월까지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감점 적용 시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 HD현대가 법적 대응을 예고해 이를 적용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장민주·이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