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80.30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한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시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치킨·커피 대신 삼성전자 같은 국내 상장주식을 모바일 기프티콘으로 주고받는 방안이 정부 테이블에 올랐다.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쏠림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경제인협회는 주식을 일상적인 ‘선물’로 만들어 국내 증시 참여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로 관련 제도 도입을 건의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3일 국무조정실에 제출한 건의서를 통해 코스피·코스닥 상장 주식을 모바일 기프티콘 형태로 발행·유통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식 기프티콘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특정 상장 종목을 지정해 선물할 수 있는 신개념 금융투자 서비스다.
한경협은 기존 금융투자상품권이나 증권사 간 주식 선물 서비스와 달리, 종목 지정이 가능하고 증권사 간 제약이 없어 소비자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서비스 도입은 최근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국내 증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한경협은 기대하고 있다. 한경협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국내 주식 거래 규모는 2020년 1분기 1231조 원에서 올해 3분기 1221조 원으로 급감한 반면,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같은 기간 274억 달러에서 1575억 달러로 약 6배 증가했다.
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주식 기프티콘에 대한 기대감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한경협이 지난 10∼15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40대 이하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8%가 “주식 기프티콘 서비스가 도입되면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주식 투자 경험이 있는 응답자만 놓고 보면 이용 의향은 54.7%로 더 높았다.
주식 기프티콘을 보내고 싶은 상황으로는 생일(29.6%)이 가장 많았고, 명절·크리스마스·연말연시 등 시즌성 기념일(19.1%), 자녀·지인 투자 교육(18.0%), 학업·진로 관련 기념일(17.4%) 순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47.8%는 해당 서비스가 청년층 등 개인투자자 유입 확대를 통해 국내 증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협은 제도 정착을 위해 네 가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주식 기프티콘 유통·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증여세 비과세 한도를 연간 250만 원 수준으로 설정하고, 주식 기프티콘 거래를 위한 공공 플랫폼을 구축해 유통 수수료를 낮추고 증권사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신용카드·간편결제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허용하되, 레버리지 투자나 신용카드 현금화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월 이용 한도를 100만 원 이하로 설정하는 보완책도 함께 내놨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념일에 선물할 수 있는 주식 기프티콘 서비스가 도입되면 개인투자자 저변 확대와 함께 국내 증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도적인 금융 서비스로서 K-금융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