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증시 종가가 나타나고 있다. 뉴스1 최근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매 패턴이 확연히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가가 오를 때는 차익을 실현하고, 그 돈으로 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증시가 나란히 상승했던 올해 7∼10월 개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23조 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해외 주식은 103억 달러(약 15조2800억 원)어치 순매입했다.
같이 오르는데도 행동은 정반대였다. 국내 주식은 팔고, 해외 주식은 샀다.
과거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을 함께 늘리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했던 2020∼2021년에는 분산투자 효과를 노리며 국내 주식도 대규모로 사들였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달라졌다.
한은은 2020년 이후 국내·해외 주식 투자가 ‘보완 관계’에서 ‘대체 관계’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한쪽을 사면, 다른 쪽은 파는 구조다.
이 같은 대체 관계는 주가가 단기간 급등할수록 더 뚜렷해졌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이 오르면 차익을 실현하고, 반대로 해외 주식은 상승 흐름을 따라붙는 ‘추격 매수’에 나섰다.
실제 코스피 수익률이 미국 S&P500을 크게 앞질렀던 올해 9∼10월(코스피 +28.9%, S&P500 +5.9%) 이 같은 패턴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났다.
한은은 이 같은 투자 행태의 배경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장기 수익률 기대가 낮아진 점을 지목했다. 반대로 미국 증시에 대한 기대는 높게 고정돼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한국과 미국 증시 간 장기 수익률 격차로 인해 투자자들의 기대가 국내 증시는 낮게, 미국 증시는 높게 형성됐다”며 “국내 주가가 단기적으로 오를 경우 이를 매도 기회로 인식하고, 해외 주식으로 이동하는 패턴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 기대 역시 해외 주식 선호를 더 부추긴 요인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단기 반등만으로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을 다시 국내 증시로 돌리기 어렵다고 봤다.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수익률 기대 격차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등 정책적 노력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장기 성과와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