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기록 파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번 자료는 3만쪽에 달하는데, 엡스타인 전용기 탑승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다수 언급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길레인 맥스웰.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미 방송 CNN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뉴욕남부지방검찰청 소속 검사가 2020년 1월8일에 작성한 이메일을 공개했다. 해당 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1993년부터 1996년 사이에 엡스타인의 전용기에 8차례 탑승했다고 적었으며, 이 가운데 최소 4건의 비행에는 엡스타인의 옛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도 함께했다. 다른 두 건의 비행에서는 승객 중 두 명이 여성이었는데 이들은 맥스웰 사건에서 증인이 될 수 있다고 검사는 이메일에 적었다. 또 다른 문서는 엡스타인이 2019년 ‘L.N’에 보낸 편지로, “우리 대통령 또한 젊고 성숙한 소녀들을 좋아한다’고 적었다.
엡스타인 수사 자료는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여러 사람을 언급하고 있으며 언급된 사실 자체가 범죄 혐의를 입증하지는 않는다. 이번 자료 공개와 관련해 법무부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서 “이들 문건 일부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사실이 아니며 이런 주장은 2020년 대선 직전에 미 연방수사국(FBI)에 제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주장이 신빙성이 있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이미 무기로 활용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의회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처리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라 지난 19일부터 엡스타인 수사 자료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에는 둘의 교류 속에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자료가 공개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성균 기자 imsu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