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최대 빈민가 중 하나인 케냐 수도 나이로비 키베라에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녹슨 양철 지붕 집들이 늘어선 먼지투성이 공터에서 발레 공연이 펼쳐진 것이다. 산타 모자를 쓴 소녀가 두 팔을 벌려 허공으로 날아오르자, 임시 무대를 둘러싸고 있던 주민 수백 명이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이 공연은 지역 비영리단체 ‘프로젝트 엘리무(교육)’가 마련한 크리스마스 행사로, 발레와 예술을 통해 아이들에게 배움과 꿈의 시간을 선물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일 수㎞를 걸어 물을 길어오는 일상이 이어지는 이곳에서, 소녀의 힘차게 뻗은 손끝은 지금의 삶을 딛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려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듯하다. 김희원 기자·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