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앞세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올해 약 1500억달러(약 215조205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고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투자자들이 오픈AI와 앤스로픽 같은 유망 AI 스타트업에 뭉칫돈을 들고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2021년 기록한 92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이 자금이 기업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시장이 막대한 AI 인프라 지출을 우려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투자 침체가 올 경우 창업자들을 보호하는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픈AI와 데이터브릭스, 스페이스X 등에 투자한 코투의 루카스 스위셔 파트너는 "쇠뿔도 단김에 빼라(make hay while the sun is shining)는 말이 있듯이 지금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며 "2026년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시장이 기회를 제공할 때 재무구조를 단단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규모는 전례 없는 대규모 거래에 힘입어 많이 증가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오픈AI의 410억달러 투자 유치, 지난 9월 앤스로픽의 130억달러 투자 유치, 메타가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AI에 14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사례 등이 포함된다. 또 코딩 에이전트 그룹 애니스피어, 검색 회사 퍼플렉시티, AI 연구 스타트업 싱킹 머신즈 랩 등도 올해 여러 차례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다만 모금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나타나고 있다. 사모 시장 동향을 추적하는 소프트웨어 업체 카르타에 따르면 스타트업들은 평균적으로 2~3년에 한 번씩 신규 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최근엔 소형 스타트업에 자금 유입이 메마른 상황에서도 성과가 좋은 AI 스타트업들은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투자자를 찾고 있다.
라이언 빅스 프랭클린 템플턴 벤처투자 공동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승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확실성이 더 큰 후기 단계 딜로 쏠리고 있다"며 "반드시 투자하고 싶은 기업은 열두 개쯤 되고 그 밖의 기업들엔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올해 AI 스타트업 투자가 급증하며 많은 VC는 예상보다 빠르게 자금을 소진했다. 공개된 자료와 소식통에 따르면 스라이브 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 타이거 글로벌 등 대형 VC들은 신규 펀드 조성에 착수했다. 또 라이트스피드 벤처파트너스와 드래고니어 등이 12월에 수십억 달러 규모 신규 펀드를 조성했는데, 이는 주요 스타트업이 2026년에도 더 많은 VC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FT는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대형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인수 기회를 노리기 위해 재무 상태를 더욱 탄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투자 심리가 악화해 소규모 경쟁사들이 신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를 대비한 움직임이라고 FT는 말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출신 제러미 크랜츠 센티널 글로벌 창업자는 "안전벨트를 매야 할 것"이라며 "공개 시장에 조금만 불안 요인이 생기면 매주 인수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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