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에 걸친 내전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시리아가 화폐 가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폐 단위에서 '0' 두 개를 빼는 화폐 개혁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는 28일(현지시간) 시리아 국영 SANA 통신을 인용해 "시리아 중앙은행은 내년부터 기존 화폐 단위에서 '0'을 두 개 빼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축소)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액면상 100시리아파운드가 앞으로는 1시리아파운드로 되는 것이다.
시리아 중앙은행은 내년 1월 1일부터 90일간 화폐 교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 기간 구권과 신권이 함께 유통될 예정이다. 압둘카데르 후스리에 중앙은행 총재는 "이번 조치는 통화량 증가나 감소 없이 기존 화폐를 새것으로 바꾸는 것뿐"이라며 "새 화폐 발행이 국가 경제 회복의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화폐 개혁은 시리아의 화폐 가치가 14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인해 곤두박질 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11년 내전 발발 직전 시리아 환율은 1달러당 50파운드 수준이었으나, 이후 한때 1달러당 1만파운드를 돌파하는 등 화폐 가치가 폭락했다.
이번 개혁이 수십년간 시리아를 통치했던 바샤르 알아사드 전 대통령과 그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려는 임시정부의 계획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아메드 알샤라 현 임시 대통령이 이끄는 반군이 내전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수십년간 시리아에서 철권통치를 해왔다. 이들의 얼굴은 현재 각각 2000시리아파운드, 1000시리아파운드 지폐에 새겨져 있기도 하다.
다만 14년간 이어졌던 내전 동안 각지에 뿌리내린 여러 무장단체 간 세력 다툼이 여전한 데다 종파 간 갈등도 고조되면서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화폐 개편안을 발표한 당일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에서 열린 시위 도중 복면을 쓴 괴한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이에 시리아 내무부에 소속된 보안군이 진압을 위해 개입했다가 공격을 받았으며, 일부 민간인도 총격 피해를 봤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총 3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6일에는 홈스의 한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폭탄 테러로 8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알샤라 대통령은 취임 후 주변국·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 활동 이력이 있는 그는 지난달 이례적으로 미국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의를 가지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매우 힘든 과거를 지냈다"면서도 "힘든 과거가 없었다면 기회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독재 정권이 붕괴한 지 1주년을 맞은 지난 8일 "현재와 과거에 걸맞은 방식으로 시리아를 재건하겠다"며 "그들이 아무리 크고 강력하더라도, 어떤 장애물도 우리를 막진 못한다"고 밝혔다. 또 "북쪽부터 남쪽까지, 동쪽부터 서쪽까지 강한 시리아를 재건할 것"이라며 "억압받는 자를 돕고 정의를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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