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전자회로기판서 금만 ‘쏙∼’ 빼내…전북대 윤영상 교수팀, 고기능성 흡착 분리막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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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전자회로기판서 금만 ‘쏙∼’ 빼내…전북대 윤영상 교수팀, 고기능성 흡착 분리막 개발
전자기기 사용 급증으로 전 세계 전자 폐기물 배출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최근 강산성 환경에서도 금만을 선택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분리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자원순환 산업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국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은 5300만여t에 달했으며, 2030년에는 7400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폐전자회로기판(PCB)은 금·은 등 고가의 귀금속을 다량 함유한 ‘도시광산’으로 불리지만, 복잡한 금속 조성과 강한 화학 처리 공정 탓에 산업 현장에서는 금만을 효율적으로 회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전북대학교는 29일 화학공학부 윤영상 교수와 경상국립대학교 원성욱 교수 공동연구팀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산성 조건에서도 금 이온만 선택적으로 흡착·회수할 수 있는 고기능성 흡착 분리막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분리막은 아민 기능기를 가진 고분자를 플라스틱 기반 막에 안정적으로 결합한 구조로, 금 이온과 강하게 결합하는 특성을 갖는다. 이를 통해 구리·니켈 등 다른 금속보다 금을 우선적으로 흡착할 수 있다. 실험 결과 분리막 1g당 720~870㎎의 금을 흡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기록했다. 강산성 환경에서도 흡착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점도 특징이다.

특히, 금 이온이 분리막에 흡착된 이후 별도 환원제나 추가 화학 약품 없이 금속 상태로 자연 환원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기존처럼 강산 처리나 고온 공정을 거치지 않아도 사용된 분리막을 태우면 고순도 금만 남아 공정 단순화와 환경 부담 저감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이 분리막은 최소 3회 이상 반복 사용해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었으며, 실제 폐전자회로기판 용액을 연속 처리하는 실험에서도 금만을 선택적으로 회수하는 데 성공해 산업적 적용 가능성도 입증했다.

전북대학교 화학공학부 윤영상 교수, 윤영상 교수는 “도시가 곧 광산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버려진 전자기기에서 자원을 회수하는 기술이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성욱 교수는 현재 자신이 참여한 창업기업 ㈜엡틀러스에서 해당 기술의 파일럿 실증을 진행 중이라며 “배터리 폐기물 등 다양한 산업 폐기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전자 폐기물 재활용 산업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귀금속 회수 공정의 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해당 연구 성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Chemical Engineering Journal’ 최신 호에 게재됐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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