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도 알리지 않은 쿠팡 ‘피의자 노트북 자체 포렌식’ [쿠팡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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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도 알리지 않은 쿠팡 ‘피의자 노트북 자체 포렌식’ [쿠팡 사태]
민간업체에 맡겨 조사 뒤 임의제출 뒤늦게 인지 경찰, 불법 여부 등 조사 국정원 “쿠팡 언급 ‘정부’ 다 우리 아냐”
쿠팡이 경찰에 개인정보 유출 피의자의 노트북을 임의제출하면서 자체 포렌식 조사를 했단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쿠팡 발표를 보고 나서야 포렌식 사실을 인지했단 것이다. 쿠팡의 ‘셀프조사’를 두고 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경찰에게 의도적으로 포렌식 등 자체 조사를 감춘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쿠팡은 지난 26일 개인 정보 유출 사태 수사와 관련해 단독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유출자가 3300만명의 정보를 빼갔으나, 그중 3000명만 저장했다고 밝히며 범행에 사용된 장비도 회수했다고 공개했다. 사진은 쿠팡이 발표한 데이터 회수 모습. 쿠팡 제공 29일 경찰에 따르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은 지난 21일 쿠팡 측으로부터 피의자 노트북을 제출받았고 당일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조사내용에 대해 “(쿠팡 측의 노트북) 제출 경위만 조사했다. 쿠팡 측 자체 조사에 대해선 들은 바 없다”며 “자체적으로 포렌식했다는 등 진술을 받진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쿠팡이 셀프조사 결과를 발표한 25일에야 해당 노트북에 대해 민간업체가 포렌식 조사했단 사실을 확인했단 취지다. 쿠팡은 당시 발표에서 “관련 장치 등 일체 자료를 확보하는 즉시 정부에 제출해왔다”며 사이버 보안업체 3곳에 의뢰해 진행한 포렌식 결과를 공개했다.

경찰은 현재 쿠팡이 제출한 노트북에 대해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증거훼손 등 불법 행위 여부까지 확인한단 방침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만약 허위 조작된 자료를 제출한 경우에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며 “(훼손·조작이 확인되면) 증거인멸이 될 수도 있고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를 대상으로 8차에 걸친 압수수색을 진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데 공을 들이는 중이다. 개인정보 유출 피의자 조사를 위한 국제공조를 이어가면서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한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한편 국정원은 쿠팡이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를 언급하며 공조와 협력을 했다고 밝힌 데 대해 “규정에 따라 관련 정보 수집·분석을 위해 쿠팡 측과 업무 협의를 진행한 것”이라면서도 “쿠팡이 언급한 ‘정부’와 국정원은 무관한 부분이 상당수이고,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승환·장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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