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의 절대 강자, SPC 배스킨라빈스가 연말 ‘케이크 특수’를 누리며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허희수 SPC그룹 사장이 주도한 혁신 전략이 시장에 먹혀들며 크리스마스 시즌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3년 연속 적자’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다. 아이스크림 하나만으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2025년, 배스킨라빈스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 허희수의 승부수 통했나…‘케이크 플랫폼’ 반짝 반등
SPC 배스킨라빈스의 2025년 크리스마스 시즌 아이스크림 케이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사전 예약률 역시 2배 가까이 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이는 허희수 사장이 주도한 ‘케이크 플랫폼’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허 사장은 케이크를 단순한 시즌 상품이 아닌 브랜드의 기술력과 감성을 집약한 플랫폼으로 정의하고, ‘더 듬뿍’, ‘진정한’, ‘쁘띠’ 등 세 가지 라인업으로 제품을 체계화했다.
리얼 과일 바이트 기술과 3D 조형미를 앞세운 ‘골든 브륄레 판타지’, ‘초코 스모어 판타지’ 등의 신제품은 기존의 정형화된 틀을 깼다는 호평을 받으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배스킨라빈스 관계자는 “케이크를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전략이 제품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 ‘변우석’도 못 막은 적자 수렁…‘반짝 반등’에 그칠까 우려
문제는 이러한 연말 특수가 배스킨라빈스가 처한 구조적 위기를 타개할 ‘결정적 한 방’이 되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비알코리아는 2023년 창사 이래 첫 영업손실(29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도 약 99억 원(추정)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역시 연말 반등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영업손실’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배우 변우석을 모델로 기용해 ‘우석이도 외계인’을 130만 개나 팔아치웠지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은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팔면 팔수록 남는 게 없는’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성공 역시 매출 볼륨은 키웠을지 몰라도, 폭등한 코코아 가격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이익 개선 기여도는 미지수다.
◇ 아이스크림의 한계…‘음료 시장’ 공략도 지지부진
업계가 이번 배스킨라빈스의 실적을 예의주시하는 진짜 이유는 SPC그룹의 미묘한 후계 구도와 맞물려 있다. 현재 그룹의 정점인 파리크라상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부친인 허영인 회장(63.5%)에 이어 장남 허진수 사장이 20.33%,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12.7%를 보유하고 있다.
형보다 지분율에서 약 8%포인트 뒤처진 허 부사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총괄하는 비알코리아와 섹타나인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경영 능력을 확실한 수치(흑자 전환, 신사업 성공)로 입증해야만 향후 승계 과정에서 지분 격차를 뒤집거나,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할 명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3년 연속 적자가 현실화될 경우, 허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그룹 안팎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케이크 플랫폼’의 성공을 강조하는 것 역시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절박한 외침으로 해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말 케이크 판매 호조는 브랜드 파워가 아직 살아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이것만으로 연간 적자를 메우기는 어렵다”며 “허희수 부사장이 아이스크림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커피 등 음료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2026년은 그에게 더욱 혹독한 ‘경영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