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마다 손수 농사지은 쌀을 기부해 온 전북 완주군 용진읍의 ‘얼굴 없는 쌀 기부 천사’가 올해도 변함없는 나눔을 실천했다. 30일 완주군에 따르면 성탄절인 지난 25일 아침, 용진읍 행정복지센터 입구에 10㎏들이 쌀 60포대(600㎏·사진)가 놓여 있는 것을 출근하던 직원이 발견했다. 쌀은 비닐을 깐 바닥 위에 가지런히 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손글씨 편지 한 장이 함께 놓여 있었다.
편지에는 “가장 외지고 어두운 곳에서 고단한 시간을 보내는 이웃들에게 사랑의 온기를 전하고 싶다”며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용진읍민들의 삶이 희망과 용기로 풍성해지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익명의 기부자는 2008년부터 해마다 같은 시기, 같은 방식으로 쌀을 기탁해 오고 있다. 17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진 나눔으로 지금까지 기부된 쌀은 10㎏들이 1020포대(1만200㎏)에 달한다. 기부된 쌀은 모두 지역에서 직접 농사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선호 용진읍장은 “오랜 시간 변함없이 이웃을 생각하며 나눔을 실천해 주신 얼굴 없는 천사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기탁자의 뜻을 살려 꼭 필요한 이웃들에게 정성껏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선행을 본받은 지역 나눔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봉동읍 고천리 명탄마을 이장 이선영(44)씨는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10㎏들이 쌀 60포대를 봉동읍에 기탁했다. 이씨는 2015년부터 매년 직접 재배한 쌀을 기부해 오고 있다. 기초생활거점 2차사업 주민위원회도 이날 나눔 활동으로 운주면에 쌀 30포대를 맡겼다.
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