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과징금 40억→100억원…환율 연말 종가 ‘1439원’ 역대 3위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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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과징금 40억→100억원…환율 연말 종가 ‘1439원’ 역대 3위 [한강로 경제브리핑]
사업자 간의 담합 행위가 적발됐을 때 과징금 상한이 현행 4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대폭 상향된다. 또 쿠팡·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대리점·납품업체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본사가 대리점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면 최대 5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올해 연말 원·달러 환율 종가가 1439원으로 결정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과 비상계엄을 겪은 지난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는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숨 고르기 장세를 보이며 소폭 하락 마감했지만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75% 넘게 오르며 역대 세 번째 불장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 단장인 권칠승 의원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제2차 당정협의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 담합 행위 과징금 최대 40억→100억 상향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30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과도한 형벌이 사업자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경영계의 지적을 일부 수용하는 대신 금전적 책임을 강화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먼저 기업의 불공정행위 등에 대한 형벌을 줄이고 과징금 한도는 올라간다. 시장지배력이 있는 사업자가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하는 시장지위 남용에 대한 과징금 한도가 기존에는 매출의 6% 또는 20억원이었지만, 매출의 20% 또는 100억원으로 강화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관련 매출의 30% 이내에서 과징금 기본액수를 산정한 뒤 가중·감경하고, 일본은 매출의 15%까지 부과할 수 있다. 개선안이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강화되는 것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이 납품업자와 다른 사업자 간의 거래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경우 기존에는 징역 2년에 벌금 1억5000만원이 부과됐지만, 과징금으로 전환되고 한도는 최대 50억원으로 올라간다. 단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벌을 부과한다.

건설사 등이 발주자로부터 선급금을 받고도 하청업체에 이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기존에는 하도급대금의 2배까지 벌금을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최대 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동통신사 등이 위치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경우 과징금 한도가 4억원에서 20억원으로 5배 오른다. 현행 1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은 폐지된다. 다만 사업주의 행정상 단순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형벌을 과태료 전환하거나 면제해준다.

자동차제작자가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준수 여부 서류를 기한 내 제출하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벌금 300만원은 과태료 300만원으로 완화한다. 금융투자업자가 아닌데도 상호에 ‘금융투자’, ‘증권’, ‘신용보증기금’ 등의 유사명칭을 사용했을 때 징역 1년의 형벌 규정이 과태료 최대 3000만원으로 바뀐다.

동물미용업자 등이 인력 현황 변경을 제때 등록하지 않은 경우에 처하는 징역 1년의 벌칙을 폐지하고, 식품제조가공업 대표자 성명 변경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의 처벌을 징역 5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등 경미한 실수에 대해서는 형벌을 없애거나 완화한다. 캠핑카를 튜닝하고 검사받지 않으면 지금은 벌금을 부과하지만, 앞으로는 일단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제도를 바꾼다.

코스피가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하락 출발 했으나 반등하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지수는 전장 대비 26.81포인트(0.64%) 내린 4,193.75로 출발한 뒤 낙폭을 조금씩 줄여가고 있다. 코스닥은 3.85포인트(0.41%) 떨어진 928.74다. 원/달러 환율은 3.7원 오른 1,433.5원이다. 연합뉴스 ◆1달러=1439원…환율 연말 종가 역대 3위 기록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9.2원 오른 143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등으로 환율이 상승했음에도, 외환당국이 연말 종가 관리에 나서기 직전인 23일(1483.6원)보다는 44.6원 떨어졌다.

올해 연말 종가는 역대 3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연말 종가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1695.0원)이 역대 최고 기록이고 2위가 지난해(1472.5원), 3위는 2001년(1313.5원)이었다. 연말 종가는 일선 기업과 금융기관 등의 내년 재무제표 작성 기준이 된다. 연말 종가가 높으면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 금액이 늘어 부채비율이 높아져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에 외환당국이 나서 종가를 일부 낮췄지만, 올해 연평균 환율(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1421.97원으로 1998년(1394.97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음에도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며 고환율 추세가 1년 내내 이어졌다.

올해 환율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여파로 연초부터 1460원대로 시작했다. 미·중 관세전쟁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4월9일엔 1484.1원까지 오르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현 정부 들어 1350원까지 떨어지며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환율은 9월 말부터 다시 1400원대 위로 올라서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 23일엔 1483.6원을 찍으며 연고점 턱밑까지 도달했으나, 외환당국이 개입하며 급한 불을 껐다.

외환당국은 선물환 포지션 제도 합리적 조정,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부담 경감, 거주자 원화 용도 외화대출 허용 확대, 국민연금 관련 ‘뉴프레임워크’ 모색 등 대책을 발표했으나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지난 24일 승부수를 띄웠다. 외환시장이 열리자마자 “정부의 강력 의지·정책 실행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강한 수위의 구두개입성 발언을 시장에 던졌다.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을 국내 증시로 돌리기 위한 정책도 같은 날 발표했다. 26일에는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 헤지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연말 환율 안정세를 주도했다.

◆코스피 4214.17…올해 75% 급등 역대 3번째 ‘불장’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6.39포인트(0.15%) 하락한 4214.17로 장을 마감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연말 포트폴리오 수익률 관리를 위해 그간 크게 오른 종목을 위주로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 매도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790억원·3660억원대 순매도했고 개인이 홀로 8200억원대 매수 우위를 보였다.

다만 이날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11만9900원)와 SK하이닉스(65만1000원)가 신고가를 경신하며 코스피200 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605.98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은 전날보다 7.12포인트(0.76%) 내린 925.47을 기록하며 한 해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이날 최고치 경신에는 실패했지만 올해 지수 상승세는 가팔랐다. 이날 지수는 지난해 말(2399.49)과 비교하면 75.63% 올랐다. 원화 강세와 3저 호황이 나타났던 1987년(93%)과 정보기술(IT) 버블 시기였던 1999년(83%) 다음으로 국내 주식시장 역대 상승률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기도 하다.

코스피는 지난 4월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 탓에 지수가 2200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6월 정권 교체 이후 정부의 상법 개정안 통과와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반도체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지수는 가파르게 상승해 10월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했다.

시장 활황에 힘입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도 외형을 키웠다. 국내 상장 ETF 순자산 총액은 올해 300조원을 돌파하며 양적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말 173조원대였던 순자산은 1년 새 120조원 넘게 급증했다. 지수 상승에 따른 자금 유입과 함께 미국 우량주, AI 같은 다양한 테마 상품이 출시된 영향이다.

국내 증시의 역대급 성과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는 식지 않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약 327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4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도 매수세가 이어지자 당국은 이를 고환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달러 환전 수요가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판단에서다.

지수 상승이 대형주 위주로 이뤄지면서 중소형주 소외 현상은 심화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매수세가 집중되자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대형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80.6%에서 83.5%로 확대됐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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