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2일부로 검찰청이 폐지된다. 검찰청을 없애고 기소와 공소유지 기능을 넘겨받을 공소청과 수사 기능을 담당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개정 정부조직법 시행이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출범한 이래 숱한 풍파에도 명맥을 이어온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수사·기소 분리’란 대원칙을 앞세워 추진해온 검찰개혁은 위헌 논란과 형사사법체계 급변에 따른 각종 부작용 우려에도 검찰청 폐지로 마침표를 찍게 된다. 그러나 개혁의 각론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히 크고, 손봐야 할 관련 법규가 산적해 있어 일각에서는 개정 정부조직법 시행이 예정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출발부터 위헌 논란 일었지만 ‘강행’
3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검찰청 폐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유지 기능만 남긴 가칭 ‘기소청’으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검찰의 기존 중대범죄 수사 기능은 가칭 ‘중수청’을 신설해 넘기겠다고 했다. 지난 6월 이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여권은 검찰개혁 입법 속도전을 폈고, 검찰청 폐지 등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밀어붙였다. 이후 개정 정부조직법은 국무회의를 통과, 지난 10월1일 공포됐다.
법 개정안이 공개되자마자 즉각 위헌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신설하는 게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헌법 12조3항과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이 명시된 헌법 89조16호에 어긋난다는 지적이었다. 법 개정만으로 검찰청을 폐지하는 건 위헌이란 주장도 꾸준히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검찰청이 헌법 기관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정성호 법무부 장관), “위헌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논리를 내세워 입법을 강행했다.
◆논의 과제 산적 정부는 법이 공포된 이후 국무총리 산하에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설치, 후속 입법 작업과 함께 공소청·중수청 설치의 세부 내용을 가다듬고 있다. 형사소송법·민법 등 관련 법과 대통령령 등 시행령, 시행규칙까지 개정해야 할 법규가 방대해 후속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개정이 필요한 관련 법률만 130여개에 달한다.
가장 논쟁이 뜨거운 사안은 보완수사권 존폐 여부다. 기존 형사사법체계에서 ‘최종 견제장치’ 역할을 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공소청 검사에게 남길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인다. 보완수사권은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가 미흡하거나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경우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거나 지시,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김남준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는 검찰개혁추진단 토론회에서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면 이를 빌미로 사후에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이 복원될 여지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장도 “검찰청에서 공소청으로 조직 간판만 바꾸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재기 브라이튼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검사가 사법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는 건 ‘경찰 파쇼’를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맞섰다. 김상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보완수사권은 검사의 핵심 기능인 공소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며 보완수사권이 없으면 민생사건의 신속 처리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우선 공소청법과 중수청법 초안을 마련한 뒤 보완수사권 존폐 여부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무기력해진 檢… 끊이지 않는 우려 ‘친정’ 검찰청이 사라지는 날이 확정된 뒤로 검찰 구성원들의 동요도 이어지고 있다.
집단성명 등 공개적인 반발이 터져나오진 않았지만,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등에 검찰 지휘부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거나 김건희 특별검사팀 파견 검사들이 공개적으로 복귀를 요청하는 일 등이 있었다. 검찰청 폐지 외에도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사태와 특검 파견으로 인한 인력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나, 미제 사건이 쌓여가고 검사들의 사직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솔직한 말로 어차피 없어질 조직에서 누가 몸 바쳐가며 일하고 싶겠나”라며 “다들 별말은 안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만 하면서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신설되는 중수청이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로 가게 되면서 인력 구성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대검찰청 검찰제도개편 태스크포스(TF)가 지난 11월 5∼13일 검찰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검사의 77%가 공소청 근무를 희망했다. 중수청 근무를 희망한 검사는 0.8%에 그쳤다. 18.2%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체 검찰 구성원으로 넓혀봐도 공소청 근무 희망자가 59.2%였던 반면, 중수청 근무 희망자는 6.1%에 불과했다.
검찰청 폐지로 형사재판에서 수사기관 조서보다 법정 심리를 우선시하는 공판중심주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박용철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11월 형사법학회·비교형사법학회·형사정책학회·형사소송법학회·피해자학회 공동 주최 토론회에서 “공판검사가 담당 사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않은 상황이 실현된다면 공판중심주의의 기본 전제가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며 “검사의 수사권을 무조건 완전히 배제한다는 주장은 교조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영·유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