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등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역대 최대인 7097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연간 7000억달러 수출 고지를 밟은 건 세계에서 여섯 번째일 정도로 기념비적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올해도 수출 신화를 써내려가길 바라지만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 고환율(원화 약세) 장기화로 환차손과 외화 조달비용 증가 등에 따른 기업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수출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의 진격에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고환율은 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5년 연간 및 1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7097억달러(약 1026조원)를 달성했다. 기존 최대 실적이었던 2024년 6836억1000만달러보다 3.8% 늘었다.
미국 관세 등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해 한국의 수출이 사상 처음 7천억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이 1천73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보다 3.8% 증가한 7천97억달러로 기존 역대 최대이던 2024년 기록을 다시 넘어섰다. 사진은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 2018년 수출 6000억달러 달성 이후 7년 만에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7000억달러를 달성한 나라가 됐다. 지난해 일평균 수출도 4.6% 증가한 26억4000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을 견인한 일등공신은 반도체다. 반도체는 22.2%나 증가한 1734억달러어치를 수출하며 전년에 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다른 ‘수출 효자’ 자동차도 미국 관세 영향으로 최대 시장인 미국 수출은 감소했으나 유럽연합(EU)과 독립국가연합(CIS) 등에 하이브리드(친환경차)·중고차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며 1.7% 증가한 720억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반대로 미국 관세 장벽과 EU의 수입규제 강화조치, 중국발 공급 과잉 등의 직격탄을 맞은 철강, 일반기계, 석유화학 등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한국의 수입액은 전년보다 0.02% 감소한 6317억달러였다. 반도체와 제조장비 등 비에너지 수입은 증가했으나 유가 하락 등 영향으로 에너지 수입은 감소했다. 이로써 지난해 한국의 무역수지는 780억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올해에도 지난해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수출 금자탑을 쌓게 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 잇따라 통상 빗장을 내거는 데다 고환율 문제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1400원대의 고환율이 우리 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2월 31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앞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세계일보가 주요 시중은행 환율 전문가에게 설문한 결과 올해 원·달러 환율 변동 전망치는 최저 1300원 중반에서 최고 1500원 초반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환율은 1400원 이상으로 지난해(주간 거래 종가기준 1421.97원)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올해 환율 변동폭을 1410∼1500원대로 예상한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우리 증시가 최대 호황이었음에도 해외 투자가 늘어난 걸 보면 올해도 환율 불안정성이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거센 공세도 위협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11월 “반도체와 전기·전자, 자동차 등 한국의 10대 수출품 경쟁력이 2030년이면 모두 중국에 밀릴 것”이란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신년사에서 “산업의 기초체력은 약해지고 글로벌 제조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한·미 관세협상을 마무리했지만 15%의 상호관세는 여전히 수출에 큰 부담이고, 글로벌 공급망 분절도 경제 안보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며 올해 수출·통상 환경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근본적인 고환율 해소 및 수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는 물론 수출 시장 다변화와 제품 고도화, 산업 구조·소재 공급망 재편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우석·구윤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