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반도체 수출 시장서 ‘전면전’… 자동차 경합도도 2배 이상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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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반도체 수출 시장서 ‘전면전’… 자동차 경합도도 2배 이상 ‘껑충’
수출 전선에 있어 한국과 중국의 산업관계가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동반 성장기’로 평가됐지만 최근에는 시장 중복이 극대화되는 ‘구조적 경합 심화기’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우리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의 경우 특정 시장 내 경쟁 강도를 나타내는 수출경합도지수(ESI)가 급등하며 ‘전면전’ 양상을 띠는 것으로 분석됐다. 범용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고부가·첨단 영역을 중심으로 기술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3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최근 발표한 ‘한·중 산업 및 무역구조 변화와 대응방향’에 따르면 과거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이용해 완제품을 만든 뒤 세계에 수출하는 무역 구조는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 등에 따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서 기술 자립에 나서고 거대 내수 시장을 활용한 독자적 산업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다. 또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해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 점도 한국의 대(對)중국 중간재 수출이 감소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 한국의 대세계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2015년 30.5%에 달했지만, 올해(10월 누계)는 5.8%로 급락했다.

양국 산업 관계는 최근 15년 간 세 단계 국면을 거친 것으로 분석됐다. 먼저 2010~2016년만 해도 한국의 중간재 경쟁력과 중국의 제조능력이 결합돼 ‘호황기’가 유지됐다. 윈윈 관계였다. 하지만 이는 2016년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한·중 갈등, 2018년 7월 미국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 등 외부 충격에 따라 ‘조정기’인 제2국면(2017년~2022년)으로 전환됐다. 이어 2023년부터 현재까지 양국의 기술 격차가 축소되고 시장 중복이 극대화돼 구조적으로 경합이 격화하는 시기에 진입한 상태라고 예정처는 설명했다.

이런 구조적 변화는 양국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이차전지에서 분명하게 관찰된다. 무역특화지수(TSI)와 수출경합도(ESI)라는 두 가지 지수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다. TSI는 특정상품의 전체 교역(수출+수입) 대비 순수출 비중을 측정한 것으로, 1에 가까울수록 수출 경쟁력이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ESI는 두 국가의 수출 상품 구조가 얼마나 유사한지 측정한 값으로, 지수가 100에 가까울수록 양국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선 반도체의 경우 한국은 여전히 주력 부문인 메모리 분야 등의 공정·양산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은 기초·원천 연구 및 설계기술(펩리스) 분야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는 미국의 원천 기술에 의존하면서도 중국의 거대시장도 포기하기 힘든 ‘구조적 취약성’에 노출된 상태라는 약점도 안고 있다. 지표분석 결과 한국과 중국의 ESI는 세계시장에서 2010년 55.0에 그쳤지만 지난해 80.6까지 급등했다. 중국이 펩리스 역량 강화, 범용 공정 증설 등 정부 투자를 강화, 반도체 자립화를 가속화하면서 양국의 수출 품목 유사도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양국의 ESI는 78.7로 높게 나타났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첨단 분야에서는 직접적인 경쟁이 제한된 상태지만, 범용 제품 및 소재·부품 등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도 양국이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의미다.

BYD. 로이터연합뉴스 자동차 산업에서는 중국 전기차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가 우리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은 그간 글로벌 완성차 업체 생산 기지 역할 정도에 머물렀지만 최근 BYD 등이 급성장하며 ‘자동차 순수출국’으로 전환됐다. 이에 한국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2021년 5.4%에서 올해 1~10월 3.1%로 하락하는 등 유탄을 맞고 있다. 실제 한국의 세계시장 TSI는 2010년 0.74에서 지난해 0.62로 하락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0.23에서 0.51로 지수가 급등했다. 양국의 경합도 역시 2010년 26.4에서 지난해 58.6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예정처는 “중국이 잠재적 경쟁자에서 최대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 역시 중국의 과잉설비·내수 중심 정책으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중국 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잉여 물량이 저가로 글로벌 시장에 풀리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차전지의 경우 한국이 고부가 완제품(NCM 등)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지만, 핵심소재인 전구체나 양극재 등에서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점이 문제다. 우리 수출 경쟁력 상승이 구조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정처는 한국의 주력산업이 중국의 기술추격, 공급망 내재화, 산업정책 강화 등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의 구조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면서 기술 초격차 확보 및 시장·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예정처는 “반도체에서는 중국의 범용 공정 추격에 대응해 첨단 공정, 차세대 메모리, AI 및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해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자동차 부문에서는 하드웨어 중심의 가격 경쟁을 넘어, 자율주행·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등 미래 소재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석유화확에서는 중국발 저가 공습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범용 제품군에서 기술 장벽이 높은 스페셜티 및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이차전지에서는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이 장악한 중저가 시장 진출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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