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조성진과 임윤찬을 보유한 나라. 그러나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는 국민은 100명 중 2명에 불과하다. 한국 클래식 음악 시장의 현주소다. 스타 연주자들이 잇따라 등장했지만 시장의 저변은 여전히 취약하다. 클래식은 여전히 극소수만이 향유하는 문화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간 기획사 중심의 시장 구조, 빈약한 정부 지원, 높은 입장권 가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스타의 등장으로 관심이 높아진 지금, 클래식 업계가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클래식 음악은 국제 무대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콩쿠르 세계연맹(WFIMC)이 지난달 한국에서 차세대 연주자들을 위한 커리어 국제 포럼을 열었을 정도다. 매년 새로운 스타 연주자들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성진과 임윤찬은 물론 첼리스트 최하영이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리톤 김태현이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니스트 김세현 지난해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스타 연주자들의 등장에도 클래식 공연 관람률은 정체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4년 한 차례 이상 클래식 공연을 관람했다고 답한 국민은 2.3%에 그쳤다. 조사 항목 9개 중 무용(0.6%) 다음으로 낮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6.1%였지만,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2.2%로 급락한 뒤 1~2%대에 머물고 있다. 클래식 음악이 오히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높은 입장권 가격은 가장 큰 장벽으로 지목된다. 노승림 숙명여대 교수는 WFIMC 포럼에서 "지난해 베를린 필하모닉의 한국 공연 R석 입장권 가격이 55만원이었다"며 "유로로 환산하면 321유로인데 독일 현지에서는 가장 비싼 입장권 가격이 150유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공공 단체와 공연장이 기획을 주도하고 문화 복지에 대한 인식도 강하지만, 한국은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민간 기획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2% 국민을 위한 예산 배정은 명분이 약하고, 국악 진흥에 더 신경 쓰라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결국 해법은 클래식 업계 스스로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길호 KBS교향악단 홍보팀장은 "클래식 관람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관객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영화 산업은 팬데믹을 거치며 극장 중심 구조가 흔들리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급성장했다. 클래식 연주단체 역시 공연장에 국한되지 않고 플랫폼 다변화를 통해 대중과 만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관객 입장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윤찬이 2021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협연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유튜브 영상은 이런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영상은 5일 기준 1857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클래식 연주 영상으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영상 가운데 최다 조회 수다.
해외 주요 오케스트라들은 이미 디지털 전략을 통해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베를린 필하모닉은 2008년 '디지털 콘서트홀'을 출범시키며 스트리밍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보수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빈 필하모닉 역시 자체 플랫폼은 없지만, 메디치TV와 애플 클래시컬 등과 협업해 온라인 노출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BS교향악단이 2020년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디지털 K홀'을 선보였다. 예술의전당도 지난해 7월 '디지털 스테이지'를 정식 개설해 클래식은 물론 연극·오페라·발레 등 다양한 기초예술 공연을 고화질 영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강 팀장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디지털 K홀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온라인을 통해 유입된 관객이 다시 공연장을 찾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입장권 구매 연령대가 40~60대에 집중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10대까지 관객층이 한층 다양해졌다"고 덧붙였다.
류태형 클래식 음악 평론가는 "온라인 플랫폼이 실황 연주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크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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