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미국 대법원이 오는 9일(현지시간) 중대 사건에 대한 판결을 예고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상호관세'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6일 법원 웹사이트를 통해 9일 예정된 대법관 출석 일정에 맞춰 계류 중인 사건의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에 대한 판결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인 사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사안으로 상호관세의 위법성 재판을 꼽으며, 관련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상호관세 재판은 올해 6월 말까지는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그보다 훨씬 더 빠르게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행정부 권한을 확대해 부과한 관세 조치의 합법성을 심리하고 있다. 심리 대상에는 세계 각국을 상대로 자의적인 세율을 적용한 상호관세뿐 아니라, 중국·캐나다·멕시코를 상대로 마약류 밀수 차단을 명분으로 부과한 고율 관세도 포함돼 있다.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행위가 권한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앞서 미 연방법원은 1·2심에서 모두 원고 측 손을 들어주며 상호관세를 불법으로 판단했다. 국제무역법원은 지난해 5월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했다며 상호관세를 무효라고 판결했고, 항소법원도 지난해 8월 1심 판단을 대체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현재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 진보 성향이 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에 비교적 우호적인 결정을 내려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상호관세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5일 진행된 변론 과정에서 대법관들은 진보·보수 성향을 가리지 않고 상호관세의 합법성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패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출해왔다. 그는 이달 2일에도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를 불공정하게 대우하는 다른 나라에 관세를 물릴 능력을 잃으면 미국에 끔찍한 타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5일에도 "관세 덕분에 우리나라가 재정적으로, 국가안보의 견지에서 훨씬 더 강력하고 그 어느 때보다 더 존경받는다"고 강조했다.
만약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불법으로 확정할 경우 미국 안팎에 상당한 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율 관세를 앞세워 재편된 통상 질서에 절차적 수정이 불가피해지면서 글로벌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정적 부담 역시 적지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는 미 정부가 상호관세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수입업자들에게 환급해야 할 관세 규모가 1355억달러(약 196조원)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는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지난해 12월 14일 기준으로 공개한 통계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IEEPA를 적용해 처음 관세를 부과한 이후의 수입 물량을 집계해 산출한 수치다.
미국 내에서는 거의 모든 정책 영역에서 행정부 권한을 극대화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 전반이 사법적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로이터는 대법원이 같은 날 투표권, 성소수자 상담 치료와 관련된 표현의 자유 사건 등도 함께 심리하고 있어 9일 선고되는 사건이 상호관세와 무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아주경제=황진현 기자 jinhyun97@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