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입구 전경. 연합뉴스 서울대학교에서 기말 성적 마감 기한을 넘긴 강사로 인해 수강생 전원이 ‘집단 F학점’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해당 강사가 건강상의 이유 등을 핑계로 성적 입력을 미루는 와중에도 개인 SNS 활동을 지속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생들의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
7일 대학가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2학기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의 한 전공 강의를 수강한 학생 59명은 최근 성적 조회 창을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성적이 모두 낙제를 의미하는 F로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대 학업성적 처리 규정의 맹점 때문이다. 규정에 따르면 성적 입력 마감일까지 성적란이 공란이거나 'I(미입력)' 상태일 경우, 시스템상 자동으로 F 또는 U(낙제) 학점이 부여된다. 이번 사태는 해당 강의를 맡은 강사 A씨가 마감일인 지난달 26일까지 점수를 입력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성적은 단순한 점수를 넘어 국가장학금 신청, 졸업 사정, 취업 준비 등 학생들의 생계 및 진로와 직결된다. 특히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에게 전공 F는 졸업 불가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학생들의 심리적 고통은 극에 달했다.
강사 A씨의 대응은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A씨는 마감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학생들에게 “해외 체류 일정에 변동이 생겨 성적 입력을 이달 2일까지 마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약속한 2일이 되자 다시 “독감에 걸려 마감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차 일정을 미뤘다.
분노한 학생들이 폭발한 지점은 강사의 SNS 활동이었다. 성적 제출이 지연되는 기간에도 A씨가 자신의 개인 블로그와 SNS에 꾸준히 게시물을 올린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학생들은 “채점할 힘은 없어도 SNS 할 힘은 있느냐”며 강사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해당 강의 수강생의 성토가 이어졌다. 한 수강생은 “학기 내내 과도한 과제와 소통 부재로 고통받았는데, 마지막까지 학생들의 미래를 볼모로 잡고 있다”며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학교 차원의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A씨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전날 학생들에게 메일을 보내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며 “오는 8일 오후나 9일 정오께 성적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서울대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사가 성적 입력 기한을 어겼을 때 이를 강제하거나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학교 측의 관리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